프로보노 재단, ‘볼론투어(Voluntour)' 모델 제주서 시작

다음 달 11일부터 16일. 제주 중문마을회관은 유난히 시끌벅적해진다. 150여명의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제주를 찾기 때문이다. 무슨 농촌봉사활동이라도 왔나 물어봤더니 “농활요? 글쎄요 문화예술로 하는 농활이라면 맞는 말 같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비영리 단체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이 주관,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주최하고 대학생들이 직접 꾸미고 앞에 나서는 ‘2014 블런투어(Voluntour Camp)’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말 그대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여행이다. 이 여행의 목적은 제주 마을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소규모 마을 밀착형 축제, 공공여행을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특이하다.

장기간 이어질 이번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바로 이번 여름 5박6일간 진행되는 캠프다.

중문 마을이 지닌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콘텐츠와 마을기업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해 설문이나 인터뷰 형태로 여론을 수집하는 ‘공공리서치’가 시작이다. 또 마을에 어울리는 지역특색에 맞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핵심은 15일 열리는 ‘볼런투어 사회적 협동조합’ 창립대회.

단발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마을문화예술 축제 기획 등을 위해 연구를 계속할 TF팀이다. 마을주민들과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 캠핑 후에도 이 협동조합을 통해 자발적인 마을 축제, 마을로 사람이 모이게 하는 방법 등을 고민할 주체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인 동시에 그 자체로 축제이기도 하다. 제주 전통 음식인 ‘쉰다리’를 주제로 한 페스티벌을 열고 천제연 폭포 주차장 내 공연장에서 지역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도 개최한다. 제주 곳곳에서는 이들 청년들이 힘을 합쳐 플래시 몹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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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볼론투어 콘서트의 모습.

청춘들이 사서 고생하는 이유? "지속가능한 마을 생태계 위해"

볼런투어 캠프는 ‘지속가능한 마을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청년들의 자발적 문화융성 활동’이다. 언뜻 듣기엔 생소하다. 5박6일간 캠프를 통해 뭘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캠프는 일종의 ‘계기’라는 것.

캠프 후에도 서울팀과 제주팀으로 나눠 각자 그들이 원하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머리를 모은다. 협동조합이 연결고리가 된다. 마을로 사람이 오게 하는 방법, 마을에서 발견한 컨텐츠를 관광상품화하는 것, 소규모 마을 밀착형 축제를 육성하는 등 지속가능한 마을관광, 문화융성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 청춘들에게 숙소로 마을회관을 내주고, 지속적인 논의의 장이 될 협동조합에 참석하기로 했다.

마을주민이자 프로보노의 이사인 강두한씨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보다 자체적인 공연 봉사, 청년들의 자발성을 통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고 말했다.

청년스탭 엄정기씨는 “청년 볼런티어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청년포럼을 추구한다”며 “청년들의 자원봉사에 기초해 각 분야별 전문성 재능기부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또 “제주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보존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이 모델을 제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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