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동행취재 아일랜드 국영방송사 프로듀서 피아더르 킹


올해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특별한 손님이 함께했다.

아일랜드 국영방송사 RTE TV에서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정부, 거대자본, 공권력과 8년간 싸워온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기 위해 함께 한 것이다.

행진이 출발한 29일 도청에서 만난 RTE TV관계자들은 행진을 마무리한 8월 1일에도 강정을 찾아 촬영을 이어갔다. 실내 게이트볼장에 모인 300여명의 인원들의 반응에 하나하나 주목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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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현 신부와 인사를 나누는 아일랜드 국영방송사 RTE TV의 피아더르 킹(오른쪽) 프로듀서. ⓒ제주의소리
이번 취재를 책임지는 프로듀서 피아더르 킹(peadar king.56)은 [제주의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까지 찾아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저항의 힘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제주도 강정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소식은 이미 세계로 널리 퍼져있다. 몇 천 킬로미터까지 떨어진 아일랜드에도 소식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강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국과 군수대기업, 한국정부의 강력한 힘에 맞서서 싸우고 저항해온 주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확인하고 싶었다”고 촬영 계기를 말했다.

피아더르와 취재진은 29일부터 8월 4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강정을 비롯해 ‘길 위의 신부’로 불리며 강정에서 반대 투쟁에 힘쓰는 문정현 신부, 가톨릭 선교단체인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회원인 패트릭(한국이름-함편익) 신부를 취재한다.

RTE TV가 촬영한 강정해군기지 관련 내용은 오는 11월쯤 인권다큐멘터리 시리즈 형태로 아일랜드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피아더르는 제주에서의 촬영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거대한 해군기지에 맞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주민들이 힘을 합쳐 계속 싸워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금씩 힘을 모으면서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답했다.

아일랜드라는 국가는 그 역사 자체가 ‘투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험난하다. 영국(잉글랜드)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800년 가까이 분쟁을 벌여왔다.

피아더르는 이런 아픈 역사를 지닌 모국에서 강정마을과 비슷한 갈등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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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어촌마을 kilcommon의 주민들이 다국적 에너지업체의 가스개발에 반대하며 공사을 막는 모습. (출처: 위키백과) ⓒ제주의소리.
‘Shell to Sea’(www.shelltosea.com)로 불리는 이 운동은 아일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Kilcommon’이란 마을의 인근 해안에 다국적 거대에너지기업 쉘(Shell)이 가스개발을 진행하면서 환경파괴를 우려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내용이다. 반대운동은 2005년부터 시작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주민투표를 시발점으로 지금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싸워온 제주 강정마을과 유사하다.

피아더르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 강정이 거대한 힘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것은 아일랜드 국민들에게도 낯선 모습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아일랜드에서도 kilcommon라는 작은 어촌 마을이 거대기업 쉘에 맞서서 지금도 저항하고 있다. 강정과 kilcommon 모두 단순히 작은 마을에서 고립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거대한 힘에 맞서 서민들이 싸우는 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우리들이 촬영하는 강정의 모습은 kilcommon에서 투쟁하는 이들과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정마을의 투쟁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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