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19) - 바다가 그리운 돌고래 / 신짜꽃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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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에서 와수다 / 신짜꽃밴 (2012)

H는 남방큰돌고래를 처음 본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사대부중을 나온 그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무심코 유리창 밖을 보는데 멀리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위를 넘실거리는 모습이 남방큰돌고래와의 첫 만남이란다. 지루한 수업 중에서 푸른 바다 위를 점프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은 학창시절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외삼촌집이 있던 협재 바닷가에서 처음 본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비양도 앞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는 남방큰돌고래. 그것은 아름다운 기억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머물며 쇼를 하다 제주도 바다로 방류된 제돌이는 다행히 야생의 본능을 잊지 않았다. <핫핑크돌핀스>는 전국 여러 곳의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는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피켓을 든다. H가 내게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를 아이들도 봤으면 좋겠어. 난 사대부중 학생이나 그 학교를 나온 학생이면 꼭 물어봐. 교실 유리창 너머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위로 솟구치며 헤엄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고.” 평화는 기억으로 존재한다. 기억은 물론 경험이다. 대형 수족관에서 유영하거나 쇼를 하는 돌고래의 모습을 보는 경험이 기억이 될 텐데, 지금의 아이들이 남방큰돌고래와의 첫 만남을 감옥과 같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에서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는 바다는 송악산 앞바다, 김녕 해수욕장, 차귀도 바다, 용담 해안도로, 협재 해수욕장, 보목리 바닷가, 강정 구럼비 바다 등지이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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