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희룡 도정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 / 김상우 전 청정제주 대표

지난 선거 기간에 원희룡 도지사가 첫 번째로  뽑은 공약은 '풍력발전 분야 도내 자본참여'였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고단한 삶의 상징이었던 바람을 이제는 에너지로 생산해서 수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에너지공사가 있긴 하지만 도내자본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주민주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제주도의 실정에 맞는 토종자본 육성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덴마크

덴마크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발전용 풍차를 개발해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세계 3위의 풍력발전 산업 대국이다. 그 과정에서 풍력협동조합은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민간발전 사업자 중 70% 이상이 풍력협동조합이다. 덴마크의 풍력발전산업은 이 풍력협동조합에 의해 뒷받침되고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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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1866년  농업협동조합이 발족한 이래 협동조합이 소매점이나 주택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협동조합의 정신은 잘 알려진 대로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여’ 이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 서로 지혜를 나누고 각자 출자액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각자가 균등한 결정권을 갖는 정신이다.

초창기 풍력협동조합의 제도의 근간이 되는 몇 가지 기준을 소개한다. 우선 ‘거주 기준’이다. 풍력협동조합에 출자해 풍력구좌를 구입하려면 같은 지자체 내에 속하는 전력공급 영역이면서 풍력발전기에서 3㎞ 이내에 거주해야 한다. 이 조건은 실제로 풍력발전을 건설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우선 편익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 주민은 멀리 떨어진 풍력발전에 투자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점은 자신의 생활지역에서 사업을 펼친다는 협동조합 정신과도 합치된다.

1996년에는 조합원당  3만 kwh까지로 풍력구좌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거주 기준도 해당 토지와 일정한 연관이 있다면 반드시 거주하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완화 되었다. 

코펜하겐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도  시민협동조합 형태의 해상 풍력발전단지 성공모델이다.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는 미델구룬덴 해상풍력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단체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4만500주의 주식을 공모해 8552명의 주민을 주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미델그룬덴에 해상풍력 발전기 10기를 설치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2천300만 유로(약 302억원)정도이다.

이곳은 협동조합 형태의 해상풍력의 시범적 모델로 일찍이 알려져 관광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 부통령을 지냈던 엘 고어도 이곳을 방문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3천 크로네(약 54만원)를 내고 방문하고 있다. 환경협회로부터 1시간30분가량의 미델그룬덴에 대한 소개와 풍력발전에 대한 기본 강의를 듣고, 풍력단지를 배를 타고 돌아본다.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접근하려면 3천 크로네를 추가로 부담하지만 해마다 방문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덴마크는 에너지의 99%를 수입했던 나라이다. 1973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국가정책으로 더 이상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신재생 에너지 협동조합들이  전국적으로 신재생 산업을 성장시킨 결과  덴마크는 에너지 자급률이 145%가 되었고,  현재는 유럽 최대의 신재생 에너지 수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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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일

금융·농업·산업·소비자·주택 부문 등에서 수많은 협동조합이 운영되는 독일은 ‘협동조합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여파로 같은 해 독일정부가 노후 원전 8기를 폐쇄하고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 폐쇄하겠다는 '탈핵'결정을 밝히면서 에너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300여개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남부지역에 있는 인구 20여 만 명의 프라이부르크 시는  환경수도라고 불리는데  ‘지속 가능한 도시’의 세계적 모델로 알려져 있다. 온화한 기후에 문화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1975년부터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설치 정책에 반대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해 왔고, 힘든 과정을 거쳐 에너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신재생 에너지를 보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던 곳이며, 독일의 친환경적인 정책의 모델은 거의 이곳에서 개발되었다. 이런 프라이부르크의 노력이 최근에는 독일 전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건물 중 상당수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투자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여 지어진 것처럼, 풍력발전기도 마을협동조합에서 투자한 경우가 많다. 녹색당과 사회민주당 연정이 국민들 누구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힘썼기 때문이다. 프라이부르크 인근은 고지대라는 위치특성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풍력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는 환경과 경제가 동전의 양면이다. 지난 1992년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나 기업에만 투자하고 융자하는 독일 최초의 은행인 ‘에코방크’가 문을 열어 친환경기업이나 풍력발전소 등에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또한 ‘환경은행’이 설립되었는데 창구가 없이 광고나 팜플렛만을 통해 영업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예금에서부터 다양한 정기예금 및 적금, 신재생에너지펀드, 환경프로젝트회사 주식구입, 보험업 까지 통상은행이 제공하는 업무를 다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에 대한 독일의 지원제도는 매우 다양하다. 프라이부르크의 풍력발전사업도 3분의1만 투자자들이 현금을 투자했고, 나머지 3분의2는 금융기관의 융자를 받았다. 20년 이상 가동할 경우  투자수익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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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도민 자본육성

 제주의  풍력발전산업은 제주의 공유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도민주도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민들이 주주가 되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혹은 제3섹터 형식의 도민주 회사를 설립, 환경을 지키면서 소득도 올리는 새로운 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

문제는 풍력발전산업의 경우에는 초기에 상당한 자본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정과 제주도민이 협력하여 제주도민  토종자본인 ‘에너지 전환 기금’(가칭) 조성이 필요하다.
 
대규모 토종자본을 조성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은 제주에너지 공사와  제주도 지방개발공사를 합병한 후 제주도민들에게 주식 매입 우선권을 주어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다.

기업공개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첫째, 유휴민간자금을 장기산업자금으로 동원할 수 있게 한다. 둘째, 간접금융에의 의존도를 경감시켜 지방정부의  재무구조 개선한다.  셋째, 도민이 자발적으로 공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되므로 도민에 의한 감시기능이 강화되어 공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공기업 주식을 매입한 주주를 대상으로  주주협동조합을 결성하면 도민에 의한 공기업 운영이라는 또 하나의  거버넌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개발공사의 기업가치가  대략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의 49%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공개한다면 대략 5,000억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

이를 기반으로 신재생 에너지은행과 에너지캐피탈을 설립하여 마을협동조합에서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주거나 직접 투자를 한다.
 
 두 번째로 제주도 토종자본을 조성하는 방안은 제주도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이다.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오는 것이다. 로또복권 수익금이나 경마 레저세 수입도 ABS 발행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정책적 연구를 하여야 한다. 통신사들도 휴대폰을 판 뒤 얻은 단말기 할부채권을 ABS로 만들어 매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대규모의 ABS를 발행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ABS 발행 규모가 연말까지 5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51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외에도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으나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면  인프라펀드, 특별자산펀드, SOC채권(지방채), 등 프로젝트 금융 방식이 있다.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SOC라면 최소비용보전방식(MCC),또는 갭펀드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MCC는 연간 실제 운영수입이 사업시행자가 필요로 하는 최소사업운영비에 못 미칠 경우, 부족분을 공공부문에서 재정 지원하는 것으로, 거가대교와 서울 지하철 9호선에 적용된 바가 있다. 

갭펀드는 공공부문이 조성하는 펀드로, 민간의 투자자본수익이 투자비용에 못 미칠 때 차이를 보전하도록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활용해 지원하는 것이다. 공공성이 높은 사업인데도 수익성이 낮아 사업비용이 초과되는 갭을 공공재원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주도 토종자본으로 풍력발전산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풍력자원의 공공관리는 물론 풍력발전을 미래 제주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풍력자원은 무한하다 해도 발전기를 세울 땅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문제이다. 풍력발전은 한번 설치하고 나면 입지적 한계 때문에 다시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지하수처럼 풍력도 공적개념을 통해 제주도가 완전히 통제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풍력발전은  공해가 없으면서도 마르지 않는 유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임 제주도정은 외부의 대자본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풍력발전의 주도권을 대기업에 내주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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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우 전 청정제주 대표.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1475~1541)가  잉카문명을 완전히 파괴하면서 약탈해간 금의 양이 5톤이었다. 이는 그 당시 유럽 전체의 1년 생산량보다 많은 분량이었다. 제주도가 보유한 개발 가능한 풍력 자원은 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50톤에 이르고 금액으로  년 2조원에 달한다.  매년 2조원의 가치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제주도가 직접 풍력발전을 이끌고 가야한다. 풍력발전기를 만들고 조립하는 상당한 규모의 조선소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제주의 기업들이 동반 성장하고, 고소득 일자리가 수 만 개 만들어 질 수 있다. 제주 기업에 의한 엔지니어링 수출이 일어나면서 산업구조가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전방과 후방 연관 산업이 덩달아 부흥하고, 대학 등의 인재 양성도 활발해진다.

원희룡 새도정이 결단만 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일이다.  / 김상우 전 청정제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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