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주민 고통 외면한 경제적 가치 없다 / 문준영 대학생기자·제주대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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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과 김황국 도의원(가운데 전화기를 든 인물)이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직원(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대학생기자

# 항공기 소음, 주민들 불편 심각

소음은 주거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소음이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아버지 제삿날에 살인사건이 발생했는가하면, 아파트 내 소음문제로 다투던 40대가 윗집 형제 2명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살인을 부르는 ‘소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피해 관계가 명확한 층간소음이 있다면, 반대로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소음문제도 있다. 바로 공항 인근의 항공기소음이다.

관광산업이 기반인 제주도에서 항공기소음은 계속 제기됐던 문제다. 하지만 법적기준이 애매해 정작 피해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상태다. 거의 비슷한 소음 피해를 받으면서 누구는 피해보상을 받고 누구는 참고 살아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소음 피해보상, ‘1’ 때문에 거절당한 사연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제주시 용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유인 즉슨 아파트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지만 아무런 보상도, 대책도 없다면서 공항공사직원에게 항의를 한 것.

실제로 이 아파트는 2011년 한국공항공사에서 실시한 소음 측정결과 74웨클(웨클은 항공기소음 측정 단위)을 기록했다. 피해보상 법적 기준치인 75웨클보다 단 1웨클이 낮은 측정치였다. 바로 옆집은 기준치가 넘어 피해 보상을 받았지만, 이 아파트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소음 차이는 1웨클 차이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공항기 운항이 늘어나 항공기 소음 불편이 가중됐고, 참지 못한 주민들이 또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아파트 주민 20여명과 김황국 도의원, 공항공사 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항공사 측 직원이 “민원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주민들의 질문에 “자신은 책임질 말은 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해 큰 갈등이 빚어졌다. 

아파트 주민 강모(34.여)씨는 “항공기 소음 때문에 아기가 잠을 자지 못한다”면서 “창문을 닫고 잠을 재워야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어 “에어컨이 없는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공항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큰 불편을 호소했다. 현재 강씨는 둘째까지 임신 중인 상태였다.

이날 공항공사 측에서는 직원 한명이 참석해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자 추후에 공항공사 관계자 두 명이 급하게 현장으로 왔다.

이에 김황국 의원은 공항공사의 태도를 지적하며 “딸랑 직원 한명 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공항이 지금 누구 때문에 먹고 살고 있느냐. 이 지역 주민들이 50년 동안 피해보면서 지금 벌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도에서 나오고, 도의원에서도 나오고 하면 공항공사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지역 주민들이 한가해서 아침부터 모인 것이냐. 부탁해야 이렇게 내려오고. 너무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저희가 먼저 답변도 드리고 했어야 됐는데, 죄송하다”며 “공항을 이용하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대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들리는 소음은 차이가 없고, 충분히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는 상태며 건의를 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너무 뻔한 이야기만 한다. 지금 이야기는 다 참고 살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작년부터 비행기가 많이 늘었다”며 “이에 대해서 주민들한테 와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느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항공사 측은 “이 부분은 국가사업이다 보니 법에 의해서 모든 게 진행된다. 이해를 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부탁했다. 결국 이 자리는 빠른 시일 내에 도와 공항공사, 해당 지역주민들과 토론회를 갖기로 결정하고 일단락됐다.

# 제주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은 제주다. 공항의 수요는 늘어났고, 공항 인근 지역의 소음도 증가했다.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증가했다. 제주도의 관광수입이 증가하는 건 도민으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면서 증가한 경제적 가치는 중요치 않다.

앞선 공항소음 문제처럼 직접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피해 지역주민들에게 찾아가 한 번 더 이해를 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방식과 현재 진행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오늘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준 공항공사의 태도에서 진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국가와 재벌이 주연이 된 근대화 과정에서 다른 사회집단들과 개인들은 조연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책 <환원근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제주에서 가장 소중한 주역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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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준영 대학생 기자.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Emerson, Ralph Waldo)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부분이다. 눈앞에 성공이 주가 되어버린 요즘, 나의 작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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