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국제대 총장 선출 논란] (1) "이사회, 추천위 무시" vs "극과 극 평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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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나 했던 제주국제대가 또 시끄럽다. 이번엔 총장 선임 문제다. 학내에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탈락한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사회 결정을 놓고 찬성과 반대측이 연이어 성명과 기고문을 내놓고 있다.

제주국제대는 2012년 개교한 이후 계속 총장자리가 비어있었다. 이사회 파행으로 총장 선출은 커녕 기본적인 학교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2013년 9월 보다못한 제주도가 기존 이사진 전원에게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이후 학교운영이 정상화되는가 싶었다. 올 1월에는 황정익 교수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됐다. 그러나 황 교수는 얼마뒤 개인사정으로 사퇴했고, 학내에서 공식 총장 선출의 필요성이 거론되자 제주국제대는 지난 6월말부터 총장 선출을 위한 일정에 돌입했다.

교수협 "이사회 결정 존중" 압도적 찬성...반대측, '민주교수협' 결성 맞불

법인 추천 인사 5명, 교수 대표 6명, 직원 대표 2명, 동문 대표 2명, 학생 대표 2명 등 총 17명으로 ‘제주국제대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꾸려졌고, 후보자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 7월 14일 마감된 공모에는 김봉진 관광경영학과 교수, 정구철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외부인사로는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이 지원했다.

이어 추천위는 18일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28일 소견발표와 정책토론회를 통해 최종심사를 진행했다. 추천위는 심사 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했고 이사회는 30일 회의를 통해 제주국제대 제1대 총장으로 고충석 전 총장을 선임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바로 다음 날. 김봉진 교수와 총학생회장,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조 국제대학 지부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당시 김 교수는 “추천위원장인 고한권 교수가 이사회에 참석해 ‘추천위원들끼리 담합해서 (김봉진 교수의)성적이 높으니 재고해달라’는 말을 했고, 점수가 낮은 고충석 후보가 선임됐다”며 “이사회가 추천위를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제주국제대 교수협의회는 이 문제로 8월5일 임시총회를 열었고, 이 총회에서는 압도적인 비율로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결정에 반발하는 교수들은 ‘민주교수협의회’를 결성했고, 총학생회, 전국대학노조 제주국제대 지부와 함께 반박 성명을 냈다. 이들은 “추천위원장이 점수차가 많이 나는 것이 담합의 증거인 양 이사회에서 사실을 왜곡했고 이에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이사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학내에는 이사회 결정을 반발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1인 시위와 항의 성명 등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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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1일 이사회 결정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연 김봉진 제주국제대 교수. ⓒ제주의소리DB

양측 주장, 어디서 엇갈리나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는 측은 추천위에서 김봉진 교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사회에서는 점수가 낮은 고충석 전 총장을 선임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추천위원장인 고한권 교수가 있다고 지목한다.

지난달 30일 총장 선임 건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참여한 고 교수가 “추천위 점수가 이상하다”며 ‘담합’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이사회가 흔들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사회와 고 교수, 고 전 총장 간 야합 의혹까지 수차례 제기했다.

반면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교수들은 되레 추천위원들이 담합했다며 반박한다. 

한 교수는 “김봉진 교수가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상하게도 김봉진 교수를 지지한 사람은 소수이고, 고충석 전 총장을 지지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정을 들어보니 일부 추천위원이 김 교수에게는 극단적으로 높은 점수를, 고 전 총장에게는 최저점을 주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한 정황이 있다”며 “이사회에서 이 심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에서 서로 ‘야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수협 "고충석, 삼고초려 끝에 영입"...노조 성명 놓고도 잡음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이사회의 결정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열린 교수협의회 임시총회에서도 참여자 42명 중 39명이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데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국제대 전체 교수 85명 중 60명이 교수협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김봉진 교수는 “임시총회에서 고한권 추천위원장은 이사회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사회 참석 때와는 다른 얘기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려진 표결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수협의회 결정에 반기를 들고 급조된 ‘민주교수협의회’는 비교적 소수의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교수협의회 측은 “참여자를 밝히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구성원 숫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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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대 캠퍼스 한켠에 걸린 플래카드.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을 제1대 총장으로 선임한데 대해 총학생회와 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교수사회가 전반적으로 고 전 총장 선출을 반기는 이유는 또 있다. 고 전 총장이 제주국제대 총장 후보로 응모한 것 자체가 교수들의 요청에 따랐다는 것이다. A교수는 “고 전 총장이 이번에 응모한 것은 학내 교수들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삼고초려 끝에 겨우 모셔온 것”이라고 고 전 총장의 응모 배경을 밝혔다.

총학생회와 전국대학노조 제주국제대지부는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고두산 노조 지부장은 “교수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도 소중하다”며 “이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많다는 뜻을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내 잡음도 있다.

대학노조가 김봉진 교수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고 지부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항의 방문한 것. 이에 대해 고 지부장은 “지난 14일쯤 (노조원)3명이 ‘다른 의견도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성명 발표는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두 차례 10명이 참여한 간부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뜻을 가진 조합원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전체회의를 열어야 할 지, 이들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 지 등을 가까운 시일에 간부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조합원은 노조 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노조 차원에서 이사회에 반발하는 쪽으로 성명을 내고 있는데, 내부에 다른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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