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 (5) 용도변경 신청 잇따라..."목적 외 숙소 분양 안된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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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를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다 보면 한림읍 금악리 인근에서 한라산 쪽으로 붉은 기와 지붕의 콘도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건축허가가 났는지 의아스러울 만큼, 콘도가 들어선 부지는 해발 5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바로 아덴힐리조트 앤(&) 골프클럽이다. 이 리조트는 중산간 경관훼손 논란이 뜨거운 곳이다.

아덴힐리조트는 2004년 최초 사업 승인을 받을 때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평화로 인근 105만㎡(32만평)에 골프장 18홀, 콘도는 90실 규모로 계획됐다.

하지만 아덴힐리조트는 그동안 8차례 사업 변경을 통해 90실 규모이던 콘도 객실을 414실로 늘렸다.  

숙박시설 용지가 3만7240㎡에서 22만6746㎡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아덴힐리조트가 이처럼 콘도를 늘린 이유는 '골프장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골프장 대신 콘도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열풍으로 중국인들이 몰려오자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에 맞먹는 3.3㎡ 당 2000만원대에 콘도를 분양하고 있다. 실제 분양가는 연립형의 경우 최소 8억원에서 10억원, 단독형은 3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업자는 계획 변경 부지를 전체 부지의 5% 이하로 잡아 환경영향평가 도의회 동의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의무대상에서 빠져나갔다. 

사업자가 중산간 환경.경관 훼손 논란을 무릅써가며 콘도를 분양할 때 제주도는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세금까지 감면해 줬다.

아덴힐리조트가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입은 세제 혜택 규모는 약 149억원.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는 지난 3월 콘도 11동을 추가로 짓겠다며 9번째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경관심의위원회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선 이후인 지난 7월18일 아덴힐리조트 내 붉은색 지붕 채색을 허가 전까지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변경하라며 조건부 통과시켰다. 

원 지사는 아덴힐리조트 경관심의 통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간부회의에서 질책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경관심의위가 열린지 3일 후인 7월21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개발사업 관련 각종 심의나 평가를 관행적으로 통과시켜줘서는 안된다"며 "도시디자인본부와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는 협업을 통해 개발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원 지사는 "오늘 이후로는 쟁점이 제대로 정리된 뒤 심의나 평가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며 "쟁점이 되는 개발사업의 각종 절차를 아무 생각없이 통과시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덴힐리조트 사업자는 리조트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자본(세흥국제)을 끌어들여 합자기업인 (유)홍유개발을 설립,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는 7400억원을 투자해 아덴힐리조트 바로 옆으로 해발 435~495m에 콘도 636실과 호텔 544실, 어린이 테마박물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아덴힐의 공격적 '사업확장'의 여파는 곧바로 나타났다.  

 
세금도 못낼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골프장은 아덴힐리조트 사례를 보고 골프장에서 숙박시설로 용도변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발 610m에 있는 타미우스(27홀), 캐슬렉스(27홀, 해발 420m), 라헨느(27홀, 해발 450m) 등 3군데 골프장 사업자는 제주도에 숙박시설로 용도변경을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마디로 골프장을 분양형 콘도 사업으로 전환해 경영난 혹은 부도 위기를 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발 400~600m에 위치한 골프장들이 중산간 곶자왈 지대를 훼손한 곳에 영구시설물인 콘도를 짓게 되면 경관마저 파괴된다는 점이다. 

다행히 제주도는 운영중인 골프장에 대해 숙박시설이 아닌 테마파크, 의료 등 융복합시설에 한해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주도 관계자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골프장들이 콘도 분양을 목적으로 숙박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려 하고 있다"며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선 이후 당초 목적 이외에 숙소 분양 사업은 인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도정의 이같은 방침이 '콘도 건설 붐'을 어느정도 가라앉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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