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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기구표 맨 상위에 시장이 아닌 '시민'(빨간 원)을 배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민중심의 시민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제주시의 설명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기구표 ‘시민’ ‘읍면동’ 상위배치 눈길…보여주기식?

“앞으로 제주시의 최고 결재권자는 시민입니다. 이젠 시장 결재 후에도 시민(님) 결재를 받아야 됩니다”

원희룡 민선6기 제주도정 출범 이후 첫 정기인사를 실시한 제주시의 기구표(조직표)가 확 달라지면서 22일 공무원들끼리 나눈 우스갯소리다. 

이날 제주시가 공개한 기구표의 최고 상위에 ‘시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실·과장위에 국장, 국장 위에 부시장, 부시장 위에 시장, 이런 순으로 배치하던 종전 기구표와 달리, 시장위에 ‘시민’까지 등장한데 대한 제주시의 설명은 이렇다.  

박재철 부시장은 이날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민이 시정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실과, 국, 부시장, 시장 위에 시민을 올려놨다”면서 시민 중심의 시정구현이 이번 기구표 변화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박 부시장은 또, 읍면동 조직을 기구표 상단에 배치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평소부터 읍면동이 행정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기구표는 읍면동이 옆이나 아래에 놓여있었는데, 이번에 시민과 함께 맨 위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구표는 시 자치행정국 총무파트 부서원들의 제안으로 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 아이디어로 내부 토론을 거쳐 결정됐다는 것이다. 

총무과의 한 관계자도 “공직자들이 시민을 존중하고 시민 아래서 대민행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민을 맨 위로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읍면동이 최일선 행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높게 배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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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의 종전 기구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종전 기구표는 공직사회 내부망을 소개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시민중심으로 시민과 호흡하며 행정을 펼쳐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민을 최상위에 배치한 기구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기구표는 물론 결재서류에도 시장 위에 ‘시민’을 상징적으로 표기한 사례가 있다.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동안 박시장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서울시 공직자들의 내부 분위기다. 

제주시 6급 공무원 K씨는 “시민을 섬긴다는 의미로 기구표 맨 위에 시민을 올려놓은 뜻은 일단 신선해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다른 사례로 볼 때 시장이 바뀌거나 하면 용두사미가 되거나 반짝하고 보여주는 행정사례로 그친 일이 여러 번 있기에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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