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난개발 광풍] (9) "감당할 만큼만" 환경자원총량제 검토...구조조정 불가피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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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중산간에 위치한 오라관광지. 1999년 사업승인 이후 제대로된 공사 한번 이뤄지지 않아 현장은 잡초로 뒤덮인채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국제자유도시를 내세운 제주도가 10년 넘게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마을목장을 사들이고 곶자왈을 파헤친 상당수 대규모 사업은 수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부동산 영주권제도와 투자진흥지구, 인허가 절차 축소 등 각종 특례를 내세워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땅 장사와 합작법인을 통한 세제 혜택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그사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차이나머니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각종 사업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대규모 콘도와 카지노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향토자본 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7월 제주도 1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후 2011년 1월 공사가 중단됐으나 3억원 세제감면 혜택은 이어지고 있다.

땅장사 논란이 일었던 성산포 해양관광단지도 마찬가지다. 보광제주는 2008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일대 65만여㎡ 면적에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투자진흥지구 선정으로 74억원의 세금 감면을 받고 지구내 미개발 토지 3만7829㎡를 중국자본인 (주)오삼코리아에 68억원을 받고 되팔아 46억89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업체는 특례혜택과 차익까지 챙겼으나 관광단지 공정률은 46%에 머물고 있다. 이 사업 전체 사업면적의 24.6%인 16만938㎡는 공유지다. 보광제주는 공유지마저 중국업체에 팔아 넘겼다.

2014년 5월말 현재 도내에서 시행승인을 받은 개발사업은 38곳. 부지면적은 3750만3000㎡에 달한다. 사업비만 18조 1115억원 규모다.

이중 봉개휴양림과 함덕관광지 등 23개 사업은 일부 운영중이고 여성테마파크와 풍산드림랜드, 팜파스종합휴양단지 등 15개 사업은 공사중이다. 사업승인을 기다리는 사업도 5곳이다.

제주도는 개발사업 시행 만료일까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시행승인 기간을 연기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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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에 추진중인 팜파스종합휴양관광단지 조감도. 2008년12월 개발사업 시행승인 이후 단내 내 도로공사만 한 후 멈춰서 있다.
일방적 세제혜택 문제를 줄이기 위해 투자진흥지구 선정시 투자 이행기간을 명시하고 해제요건을 명문화 하는 등 벌칙규정을 신설하는 제도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지금껏 관광개발사업에 대한 사전사후관리가 소홀했다. 투자진흥지구 제도를 대폭 손질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곳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이나머니 공습에 대비한 제도개선도 과제다. 최근 중국 자본의 공습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들썩이고 있다. 전에 없던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중국자본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교차한다. 

제주도가 2014년 6월말 현재 외자 투자사업으로 분류한 도내 관광개발 사업은 9곳이다. 면적은 694만2000㎡ 규모로 투자액만 7조8275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차이나머니다.

투자액이 1조원 이상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이호유원지, 드림타워 등 대규모 사업 5곳 역시 중국계 자본을 내세워 공사에 들어갔으나 준비중이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람정제주개발(주)이 2조56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애초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06년 신화를 주제로 한 역사공원을 계획했다.

중국의 란딩과 싱가포르의 겐팅이 참여하면서 이후 유니버설스튜디오형 테마파크로 방향을 틀었다. 대규모 숙박시설과 카지노 의혹까지 일면서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2010년 2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영주권 부여)가 도입되면서 제주를 향한 중국자본의 공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주권 활용 투자액만 8600억원에 이를 정도다.

투자이민제도는 제주특별법 제299조에서 정한 지역내 콘도나 리조트 등 체류시설에 미화 50만달러(약 5억원)투자하면 거주비자(F-2)를 내주고 5년 뒤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중국 녹지그룹이 1조원을 투입하는 헬스케어타운의 경우 의료기관 유치가 핵심이지만 400실의 콘도 개발만 활기를 띠고 있다. 영주권 특례를 활용한 수익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카지노 도입과 중산간 개발도 문제다. 대규모 중국자본이 투입되는 신화역사공원과 이호유원지, 드림타워 모두 카지노 사업을 염두해 둔 숙박 중심이다. 분양형 콘도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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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일대에 추진 중인 신화역사공원 내 공사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홍유개발이 741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평화로 일대에 추진중인 차이나비욘드 힐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대규모 숙박시설의 중산간 침범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차이나머니의 공습이 제주만의 모습은 아니다. 중국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호주 등에서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에 없던 해외자본 유치 기회라는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크다.

“중국인을 환대하고 투자를 적극 환영합니다. 다만 중국 자본의 제주지역 투자는 본래 사업목적에 충실해야 하며 숙박시설 분양업 등으로 본질이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7월9일 취임후 장신(張欣) 제주주재 중국 총영사를 만난 자리에서 건넨 말이다. 투자 문호는 활짝 열려있지만 옥석은 가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제주를 발전시키는 투자는 환영하지만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업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주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자본유치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투자를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풍부한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드림타워 건설을 추진하는 국내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이처럼 제주에 투자가 이뤄지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개발로 인한 피해를 도민들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대규모 자본이 제주로 들어오지만 정작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제적 분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도는 환경자원총량제로 환경을 보호하고 테마파크 등 구매욕구(집객력)가 높은 시설을 도입하는 투자자에게 콘도 객실수를 차등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양적인 투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무조건인 투자유치에서 벗어나 지역경제에 기여를 하고 도민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평판조회를 통해 중국자본의 신뢰도와 자본력을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며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사전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가 아닌 소규모 자본 유치로 정책 발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중국자본의 무분별한 투자로 마을목장이 사라지고 토지 이용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지역경제로 떨어지는 낙수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투자보다 지역의 소규모 자본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지역 자본을 유치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을 지키고 개발사업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전한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공익성과 경제 활성화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자본과 사업의 옥석을 가리는 일. 제주도정의 과제다.

제주도정 역시 해외자본의 옥석 구분은 물론 장기간 진척이 없는 관광지는 손을 대겠다는 입장이어서 관광개발사업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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