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플러스 제주] 밥장 작가, ‘누구에게나 믿는 구석이 필요하다’

“당신의 믿는 구석은 무엇이고, 어디냐”.

머릿속 한 구석에 “에이, 다 때려치우고 제주로 갈까. 거기서 새롭게 무엇을 시작할까”라는 생각을 품고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작가가 제주도민에게 던진 질문이다.

밥장 작가가 28일 오후 제주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tech+ 제주 2014’에서 ‘누구에게나 믿는 구석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30분간 청중들과 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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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모님 말씀만 들으면 부모님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 교수님 말씀만 들으면 그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고 일갈한다. 반항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는 “행운이라는 것은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옆에 있다”고 했다. 걸어왔던 길만 걷지 말고 길을 살짝 벗어나보라는 주문이다. 즉 새로움을 향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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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장 작가. ⓒ제주의소리

밥 작가 본인이 걸어온 길이 그랬다.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번듯한 대기업에 취업, 부모님 눈에는 소위 잘 나가고, 미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

허나 그는 과감하게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는 재능 기부를 통해 사회를 밝게 만들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생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뭐냐는 질문에 “사치품이지만 제 그림을 비가 온 뒤에 마을에 피어나는 무지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남자들의 로망인 포르쉐를 누가 사느냐고 묻는다면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포르쉐를 좋아하는 사람이 산다고 말한다”고도 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돈이 많거나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결합해서 쓰느냐다.

그는 “나는 한 가지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리는 ‘일점호화주의’를 선호한다. 일점호화주의를 하나씩 실현하다보니 믿는 구석이 하나둘 는다”며 “이러한 믿는 구석을 점차 늘려서 폼 나는 인생을 살아보자는 게 지금의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주가 갖고 있는 문화의 잠재력이 뭐냐는 질문에는 “낯선 환경”을 스스럼 없이 꼽는다. “익숙하지 않는 것에서 새로움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럼 의미에서 창작을 하는 분들, 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제주를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제주와도 인연을 만들고 있다.

그는 “지금 제주에도 저만의 믿는 구석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귀포시 지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그 다음엔 우도에 가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고향보다 동네, 가족보다 식구라는 말이 와닿는다”고 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가까이에 있는 동네, 혈연적 의미의 가족보다는 밥 같이 먹고 내 말을 들어구는 식구, 친구가 바로 진정한 공동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믿는 구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를 떠올리면 저의 또 다른 믿는 구석이 될지 안 될지 늘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땐 믿는 구석을 만드는 사람으로 가고 싶다”면서 청중들을 향해 “과연 제주는 여러분들의 믿는 구석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여운을 남긴 뒤 강의를 마쳤다.

끊임없이 ‘믿는 구석’을 만들려는 노력 속에서 희망과 잠재력을 찾을 수 있다는 반어인 셈이다.

밥장 작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프리랜서 선언을 한 뒤 한국에서 손꼽히는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우뚝 섰다. 수요밥장무대 강연, 스마트족 블로거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밤의 인문학’,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즐겁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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