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건축문화연구소 지간, 건축가 조정구 초청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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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구 구가건축 대표. ⓒ제주의소리

일방향적인 재개발이 아닌 주민들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마을공동체를 새롭게 회복하는 일, 소위 말하는 마을만들기에 앞장서 온 건축가 조정구가 뼈 있는 충고를 건넸다. 마을주민의 욕구를 배제한 접근은 아무리 선의에 바탕을 뒀더라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도시건축문화연구소는 29일 오후 4시 제주KAL호텔에서 조정구 구가건축 대표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5월 공식출범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지간이 제주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화두를 던지기 위해 마련한 강연이다.

조 대표는 도시한옥 전문건축가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마을 만들기 사업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서울 가회동 ‘선음재’, 경주 한옥호텔 ‘라궁’ 등 대표작을 만든 한옥 전문가라기보다 마을을 직접 탐사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마을가꾸기 전문가’인 셈. 대표적인 게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장수마을.

구가건축과 활동가들이 장수마을에서 추구한 것은 이 지역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다거나 갑자기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사이좋은 이웃이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마을’이 그들의 슬로건이었다.

이들은 마을지도를 만들고, 주거상태를 조사 진행하고 마을 설명회를 열었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하는 기존 방식의 설명회 대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꺼낼 수 있는 ‘친밀한 단위’ 속으로 들어갔다. 친한 사람끼리 모이는 모임, 골목 단위 만남마다 찾아들어가서 그들의 실제 욕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다섯이 모이면 골목이 바뀐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어떤 요구사항이 있으면 다섯명의 도장을 찍고 오면 그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이다. ‘CCTV를 설치해달라’, ‘난간을 고쳐달라’, ‘급하게 수리를 해달라’는 요구들이었다. 숨어있는 주민의 소리를 듣기 위한 방법이었다. 마을소식지도 만들었고, 동네카페와 마을 박물관도 열었다.

원래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을 앓던 동네 골목길 한복판을 쉼터로 만들기도 했다. “마을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여기에 주민들이 모이게 됐다. 물론 보잘 것은 없다. 다만 만들어서 그 이후 어떻게 될 거냐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필요하다. 쓰레기도 계속 쌓이고, 주민 화합도 안된다고 포기해버렸다면 하면 쉼터공간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의 노력은 점점 널리 알려졌고, 2012년부터 서울시는 조 대표에게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세워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날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문화예술가, 혹은 활동가들, 시민사회 혹은 소위 말하는 남다른 뜻을 가진 이들이 마을만들기에 나설 때 유의해야 할 점들.

조 대표는 “마을가꾸기를 할 때 사람은 우리가 보통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또 만나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마을에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는 부분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축가들이 이 때 가지게 될 ‘내가 뭔가 문화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방향의 신념이라고 생각된다”며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게 그 지역에서 맞는 답은 아닐 때가 많다"고 말했다. 주민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대의와 선의에서 행하는 마을만들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어떤 마을가꾸기의 경우를 자세히 보면 주민이 배제된 채, 주민이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는 지 고려하지 않는 일방향적인 통행이 많다”며 “주민들이 정확히 뭘 바라는 지 알아내는 것은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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