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주변지역 발전계획 중지 요구...원 지사 "진정성 갖고 진상조사 지원"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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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조경철 회장(왼쪽)과 원희룡 지사가 1일 저녁 도청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있다.
해군기지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8년 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 시작됐다. 

취임 후 두 달만인 1일 저녁 원희룡 지사와 강정마을 조경철 회장,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등 5명이 도청에서 면담을 가졌다.

원 지사는 6.4지방선거 당시 "강정마을 갈등을 해결해야 제주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여러차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특히 원 지사는 강정마을 갈등해결 공약으로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강정 주민들은 서울에서 갑자기(?) 제주지사를 하겠다며 나타난 원 지사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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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조경철 회장과 원희룡 지사가 1일 저녁 도청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있다.
또한 원 지사가 집권당 사무총장 시절 강정주민들의 면담 요청을 외면했다며 공약의 진정성까지 의심했다.  

5개월만에 이뤄진 강정마을과 원 지사의 만남은 조심스러웠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강정마을회는 원 지사와 면담에서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 지원 △강정마을 주변지역 발전계획 사업 중지 및 2015년도 예산편성 유보 △제주도정의 일상 사업을 발전계획과 분리 운영 △강정주민과의 대화 시간 마련 등을 건의했다.

조경철 회장은 "진상조사는 강정마을의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진행되는 지역발전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 회장은 "절차를 중시해서 차근차근 제대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권일 위원장도 "해군기지 결정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는 반드시 해야 하는데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도지사가 발전계획을 멈추고, 해군기지로 인한 사업과 제주도에서 하는 사업을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그동안 서귀포의료원 개원과 중문중학교 시설확충까지 해군기지 발전계획 사업으로 끼워넣어 강정주민들의 원성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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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조경철 회장과 원희룡 지사가 1일 저녁 도청 집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있다.
고 위원장은 "강정주민들이 서귀포지역 발전까지 막는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해군기지와 관련없는 사항은 빼달라고 했고, 원 지사도 그 부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원 지사는 "진정성을 갖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발전계획은 향후 마을총회의 결정에 따를 수 있도록 유보하는 것이 맞는 만큼 지침을 내리겠다"고 화답했다.

강정마을은 원 지사의 진정성 있는 실천을 보면서 추석 이후 마을총회를 거쳐 진상조사단 구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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