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1) 정은승 KBS 아나운서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14년차 베테랑 아나운서가 ‘공감’과 ‘신뢰’라는 답을 내밀었다. 남들과 소통하는 것만큼 나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신선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2일 오후 4시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2학기 첫 번째 강연에 선 정은승 KBS 아나운서가 내건 주제는 ‘대화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법’.

정 아나운서는 ‘말을 잘하는 법’ 혹은 ‘스피치 달인이 되는 비법’, ‘발표를 능숙하게 하는 팁’ 등 평소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깔린 의도부터 분석했다.

애초에 ‘상대방에게 나를 이해시키고, 소통해 결국 내 편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에’ 이 질문이 출발했다는 것.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느냐’라는 게 정 아나운서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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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에서 강연 중인 정은승 KBS 아나운서. ⓒ제주의소리

정 아나운서는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버스 안에서 맘에 드는 여학생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남학생의 예를 들었다. 이어 학생들에게 건넨 질문. “어떤 말을 하는 게 대답을 이끌어내기에 적절할까요? 1번 ‘저 지금 내려요’? 2번 ‘아름다우십니다’, 3번 ‘어디까지 가세요’? 글쎄요. 그럼 4번 ‘이 버스 어디까지 가나요?’ 이건 좀 괜찮죠?”

정 아나운서는 “앞선 세 가지는 지극히 ‘나 중심’의 폐쇄형 질문”이라며 “반면 마지막 4번은 편안하게 답이 돌아올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고민한다는 건 상대방 중심의 언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자세가 결국엔 대화에서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

이산가족 상봉회에서 무릎을 꿇고 인터뷰를 해 화제를 모았던 이금희 아나운서,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 프란치스코 교황 등 누구보다 ‘공감하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사례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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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 2014학년도 2학기 첫번째 강연. ⓒ제주의소리

첫 번째 조언이 ‘상대방의 관점에서 소통하기’였다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나와의 소통’. 여기서 핵심은 ‘자아존중감’.

‘자기 심신이 건강하지 않고는 상대방이랑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정 아나운서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작은 일의 반복적인 성취, 타인의 성취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경험, 스스로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하지 않기 등 부정적인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

세 번째 조언은 ‘설망어검(舌芒於劍)’.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경.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정 아나운서는 “바른 말, 고은 말을 쓰는 것은 우아하거나 착하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며 “상대방과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품격 있는 언어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정 아나운서가 강조한 것은 또 있다. ‘말 잘하는 방법’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건네는 뼈있는 조언이었다.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관계는 신뢰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도 건강히 바라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설득하기 위해서 접근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돌아가서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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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대학생아카데미에서 강연 중인 정은승 KBS 아나운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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