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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여름에 시 한줄 띄웁니다

강충민 시민기자 som0189@naver.com 2014년 09월 09일 화요일 10:40   0면

[강충민의 사람사는 세상] 한가위 단상

 

봉숭아 꽃
해안초등학교 5학년 김예리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
가보니


터졌던
봉숭아 꽃,
퐁.
터져있다.

어쩐지
좋은 냄새
나더라니

내 귀에
퐁, 퐁
소리
울린다

봉숭아
흔들리는
모습이

우리
외할머니
웃으시는 모습같다


독서수업으로 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위안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의 기발한 대답에 한바탕 웃기도 하고, 따뜻한 글에 무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꾸밈없는 아이들의 겪은 일에서 비롯된 생각이 들어간 글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리가 쓴 〈봉숭아 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동시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참 건강하고  따뜻한 시입니다.

어린 시절, 긴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온 어머니에게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낮 동안 밭에서 흘린 땀의 냄새였던 게지요. 어머니에게서 나는 낮의 냄새는 오히려 참 좋았습니다. 따뜻한 이 시에서는 순간 그 어머니의 시큼한 땀 냄새가 났습니다.

여름이 다 가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예리가 보았던 퐁퐁 터트렸던 그 봉숭아는 이제 씨를 머금고 있을 테지요.  지난 여름을 추억하면서 말이지요.

추석입니다. 우린 너무 많은걸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말이지요. 너무 많아서 몰랐던 주위일상이나.  익숙해서,  당연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추석 대보름달에  고마움을 먼저 전하면 좋겠습니다. 내 소원 빌기 전에 말이지요. 넉넉하고 따뜻한 추석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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