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삼 칼럼] (1) 호황 땐 거품 못느껴...불황 땐 제주 관광업계 연쇄도산 우려

원희룡 제주지사가 신화역사공원 및 드림타워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자본 유치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쟁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2010년 제주도에 부동산투자 이민이 허용되면서 제주도민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어 왔으나,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서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 지사의 전면 재검토 방침 천명 이후,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는 좀 더 구체적인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사실 신화역사공원이나 드림타워 사업에 대한 원 지사의 제동은 중국자본의 제주도 투자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라기보다는, 사업자로 하여금 사업계획의 투명성, 지역경제에 대한 재정적 기여, 고용과 지역 내 구매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강화된 사업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사업자가 일부 계획을 보강하여 제출하고, 도가 보기에 사업 승인으로 인한 이점이 크다고 판단한다면 재검토 과정에서 승인이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에 따른 편익과 비용, 거시경제적 영향, 제주의 장기적 발전전망 속에서 적합성 등 구체적이고도 종합적인 논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편익은 과장되기 일쑤...비용과 편익 철저히 따져야

사업계획의 승인을 기대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편익은 키우고 지역사회에 끼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에, 사업계획상 편익은 과장되기가 쉽다. 중국의 제주 투자에 따른 편익으로는 국제수지 개선, 고용증대, 재정수입증대, 소득증대, 관련 산업의 발전 및 지역개발 촉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수지 개선 면에서 리조트, 호텔, 콘도 등에 집중된 투자는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에 따라 많게는 수만 명(헬스케어타운 1만9991명)에서 적게는 수천 명(분마 이호랜드 25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익은 일반적으로 과장된다. 중국 관광객의 증가를 예로 들어보자. 사업계획에는 자신들의 시설에 투숙하는 관광객을 마치 새롭게 자국에서 유치한 관광객으로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의 숙박시설에 투숙할 인원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서, 관광객 순증가분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 이는 다른 중소 호텔이나 리조트의 투숙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자는 자신들이 고용하는 총인원을 순 고용증가 인원으로 계산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 유치는 리조트, 호텔을 포함한 기존의 여행숙박시설과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기존의 중소업체는 영업축소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발생하는 고용감소분을 제외하여야 고용의 순 증가분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자본이 자국인을 고용한다거나 다수의 직원을 중국 동포로 채용한다면, 제주도민의 실질적 고용증대 효과는 훨씬 적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경기와의 동조화에 따른 부작용 고려해야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 증가는 불가피하게 제주도 경제를 중국 경기의 영향 아래 놓이게 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경제가 호황일 때는 중국의 제주 투자 증가 및 관광객 증가로 인하여, 도내 부동산 경기 및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호황이 진행될 것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과열과 투기 및 거품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거품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듯이, 자산 거품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붕괴의 시점이 되어야 비로소 그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게 된다. 중국경제가 어떤 시점에서 내외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가 불황 내지 침체로 빠질 경우 중국의 투자 및 관광객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며, 이는 도내 관광업계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여 과도한 부채를 동원해 땅이나 건물을 매입한 개인이나, 호텔이나 리조트에 무리하게 투자한 기업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채더미에 파묻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다.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이 불러 올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차단해야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세계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아직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수출과 투자에 의존하여 성장하던 중국경제는 미국과 유럽경제의 소비 침체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증가시킴으로써 수출수요 감소로 인한 총수요 부족을 보완하려 하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과도한 사회간접자본투자는 부실채권의 위험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중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에 대해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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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삼은? 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현재 KAIST에 출강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초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중국 경제를 전공한 그는 경제추격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의 지도 하에 "Performance and Growth of the Largest Firms in China"(중국 대형기업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2년에는 "Ownership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Chinese Corporate Reform"("중국 기업개혁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와 성과",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와 공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학술지인 China Economic Review (SSCI)에 논문을 싣기도 하였다. 최근 제주에서 중국자본 투자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자 고향에 대한 걱정에서 펜을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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