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삼 칼럼] (2) 외국은 제한적 허용...토지잠식, 난개발, 투기 우려 때문

부동산투자이민제는 법무부장관이 고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인이 5년 이상 국내 체류시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국내 휴양콘도미니엄, 호텔, 별장, 관광펜션 등 휴양목적의 체류시설 부동산에 5억 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 제도는 침체된 지역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2010년 2월부터 제주도부터 시행되었다.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도입된 이후, 도내 부동산을 소유한 외국인들 중 중국인의 비중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외국은 신생기업 투자, 지분투자 등에 허용...홍콩은 ‘부동산 이민’ 중단

투자이민제도는 미국과 호주 및 뉴질랜드, 그리고 아시아 국가로는 홍콩이나 싱가폴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나라별로 그 도입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대상이나 요건, 시행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위에 거론된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부동산만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이민제도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을 주요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는 사업투자, 주식의 지분 투자, 각종 금융증권에의 투자를 투자이민의 주요대상 분야로 하면서 일부 국가들의 경우 부동산에 투자도 그 허용 범위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부동산투자 이민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위축되었거나 낙후된 지역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제한된 목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몇몇 나라의 사례를 보자. 우리보다 미개발지역이 훨씬 많고 인구 밀도가 낮은 뉴질랜드도 초기에는 부동산을 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주거용 주택에 대한 투자 정도를 인정하고 있다. 홍콩정부는 이민을 유입시켜 인구의 고령화를 막고자, 부동산 및 채권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 대해 홍콩 영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2003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10년부터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투자이민을 중단한 상태이다. 싱가폴은 투자이민 분야 대상에 부동산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신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교육과 프로페셔널 서비스, 에너지 및 화학 공학, 환경기술, 신기술 분야 등 주로 첨단분야에 대한 투자이민을 유도하고 있다.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보다 부동산과열, 국부유출, 자연파괴 우려 커 

이처럼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에 대해 외국들도 신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동산 분야가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강점을 갖지 못하는 대신, 부동산 경기 과열, 국부유출, 난개발을 통한 자연환경의 파괴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토지소유자나 건물소유자의 자산가치를 상승시킨다. 이는 건설투자를 불러일으키고 가계의 소비지출을 증가시키는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점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하여 거품이 형성될 경우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행정당국은 이를 잘 안다. 그러나 지주나 건물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원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개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제주산업 고도화, 중장기적 미래비전 보고 도입? “???”  

제주도에 부동산투자 이민제도가 시행된 지 4년 반이 경과한 지금, 이 제도 대해 전반적인 중간점검을 하고 문제가 되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우선,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를 제주도가 시행하게 된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점검하여야 한다. 이 제도의 도입을 ‘해외 투자를 유치’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켜세우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는 납득하기 힘들다. 싱가폴처럼 첨단산업을 유치한다거나, 국제적 수준의 컨벤션 센터 혹은 홍콩의 디즈니랜드 같은 고부가가치 관광시설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5억 원 이상의 부동산 투자이민 허용으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보다는 이 제도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는 설명이 훨씬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다시 말해 일정 요건을 갖춘 투자자에 대해 영주권을 허용함으로써 휴양관광지의 관광시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이러한 수요를 기반으로 관광지 개발을 위한 중국 등 외국 자본의 추가투자를 유도하여, 얼어붙은 지역의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이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위 논의에서 우선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제주의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는 제주의 산업구조 고도화나 인구학적 필요, 혹은 제주의 중장기적 미래비젼 차원에서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한 일시적 처방으로 도입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부동산투자 이민제도가 이러한 취지로 도입됐다면, 그 목적을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된 범위에서 엄격히 관리하여야 한다.  도민사회의 토지를 잠식하고,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을 부추기며, 부동산 투기를 가열시키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은 이 제도가 그 관리의 범위를 넘어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쳐서야...투자총량제, 투자제한지역 설정 검토해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제주시나 서귀포의 신시가지, 중산간 지역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노른자위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토지를 집중 매집하는 것은 이미 투기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경기 과열과 그에 따른 가격 거품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분명 침체된 지역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제도 도입 목적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행정당국이 의지만 갖고 있다면 이를 관리할 정책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총량제와 투자제한지역 설정이 그것이다. 전자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제주도 전체 면적 및 인구 대비 각각 일정한 비율만 인정하는 제도이고, 후자는 투자가 낙후된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부동산투자 이민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의 취지를 벗어나서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정책의 집행에서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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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삼은? 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현재 KAIST에 출강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초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중국 경제를 전공한 그는 경제추격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의 지도 하에 "Performance and Growth of the Largest Firms in China"(중국 대형기업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2년에는 "Ownership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Chinese Corporate Reform"("중국 기업개혁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와 성과",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와 공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학술지인 China Economic Review (SSCI)에 논문을 싣기도 하였다. 최근 제주에서 중국자본 투자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자 고향에 대한 걱정에서 펜을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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