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주택뿐만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제주도는 제일 ‘핫(Hot)’한 곳이다. 관광객·이주민·해외투자가 늘면서 토지거래가 최근 5년 새 70% 가까이나 늘었다. 제주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넘어 폭등 양상까지 보인다. 경매시장에선 역대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우고 있다. 이처럼 ‘과열경보’가 울리는 제주도 부동산시장에 대해 [제주의소리]가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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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제주 땅] (2) 중국 개미 투자자까지 ‘제주 싹쓸이’…중국자유도시?


제주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건 비단 중국의 기업들만이 아니다. 최근엔 중국의 개미투자자들까지 제주 땅 사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기업 자본이 중산간 등 대규모 토지매입을 통한 개발사업에 치중한다면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제주 번화가 인근의 상가, 주택, 아파트, 토지 등 도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동산까지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물론 현재 중국인들이 차지한 제주 땅은 제주 전체 면적의 약 0.7% 수준이지만 그 잠식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러다 제주도가 중국 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도민들의 기우가 그냥 기우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인들이 차명으로 제주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원주민인 도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인 특수, 원주민 '제주도민' 즐겁기만 할까?

중국관광객을 겨냥해 명명된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 매입사례로 대표적인 곳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에는 매물을 찾는 중국인 투자자들의 방문이나 문의뿐만 아니라 ‘중국 특수’를 기대한 내국인 투자자들의 투자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본 유치 기대로 인근 부동산 시세가 뛰긴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실 거주자들인 제주도민에게 주거비용 등 경제비용 상승만 가져올 뿐 ‘중국 특수’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투기’ 과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원주민’인 제주도민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오젠거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 중인 K씨는 최근 자신이 장사를 하고 있는 건물을 인수한 새로운 소유자와 힘겨운 싸움 중이라는 말을 전한다. 

그는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조성한 바오젠거리에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 뭐하나. 결국 건물임대료는 크게 오르고 심지어는 나처럼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의 상인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숨을 내쉰다. 

실제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관련해 조사한 바오젠거리의 임대료 현실은 1년 새 건물 임대료가 층수와 입지에 따라 50%에서 100%까지 가히 살인적으로 인상된 곳이 적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S씨(55)가 들려준 자신의 고객 사례는 중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제주부동산 투기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자신의 고객이 2년전 제주시 연동에 약 13억원을 들여 매입한 건물을 최근 17억원에 내놓았다가 건물가격이 상승세를 타자 매매를 잠시 미뤘는데 중국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매입의사를 밝혀 결국 40억원에 매매됐다는 사례다. 2년여 사이 무려 27억원이 오른 셈이다. 

공인중개사 O씨(48)의 경험담도 비슷하다. O씨는 “중국인들이 관광지로 가장 선호하는 성산일출봉과 바로 인접한 상가의 토지를 모 공인중개사가 지난해 중개했다”며 “중국인이 매입의사를 밝히자 건물주는 팔 의향이 없으면서도 시세보다 4~5배 가량 높은 3.3㎡ 당 1200만원이라는 다소 황당한 가격을 요구했는데 중국인 투자자가 바로 매입하겠다고 해 거래된 일이 있다. 당사자에겐 좋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주도 땅이 곪아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제주지방법원 서측 대도로변의 ‘마트’ 영업중이던 3층규모의 상가와 토지도 최근 중국인에 팔렸다. 이곳을 사들인 중국인이 기존 건물을 철거 후 호텔을 신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바로 옆 건물은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문 성형병원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중국자유도시'로 가는 제주, 괜찮나?  

이처럼 도심과 외곽 관광지를 가리지 않고 제주 땅에 대한 중국 개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 대형 편의점, 화장품 가게에서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넘쳐나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투자다. 

웬만한 상권의 거리마다 관광객 사이에서 넘쳐나는 중국어, 식당마다 중국어로 준비된 메뉴판, 아예 간판을 중국어로 단 점포까지 제주가 마치 ‘제주국제중국자유도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허투루만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건축학)도 중국자본이 제주지역 토지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관련, 대규모 개발을 위한 중산간 뿐만 아니라 도심 주거지까지 무차별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토지 매입이 신시가지로 집중되는 배경에는 원도심에 비해 공항에 인접해 접근성이 좋고, 호텔 및 각종 편의점 등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물리적 장점 뿐만 아니라 바오젠거리 조성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인지도가 높아져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인중개사 성덕근 씨도 “중국자본의 최근 제주투자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상이다. 중국자본의 제주투자 과열의 가장 큰 문제는 개발이익이 지역에 거의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토자본이나 국내자본에 비해 개발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 지역경제에 선순환 효과가 없다는 점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중국자본이 주요 관광지 주변은 물론 도심 한복판까지 빠르게 잠식하는 현실을 직시, 원희룡 도정이 더 늦기전에 조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왕서방’ 지갑에 울고 웃어야 하는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에 원 도정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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