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제주 땅] (3) “토지관리정책 강화 필요” 한목소리…각론은 ‘분분’

제주 땅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주택뿐만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제주도는 제일 ‘핫(Hot)’한 곳이다. 관광객·이주민·해외투자가 늘면서 토지거래가 최근 5년 새 70% 가까이나 늘었다. 제주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넘어 폭등 양상까지 보인다. 경매시장에선 역대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우고 있다. 이처럼 ‘과열경보’가 울리는 제주도 부동산시장에 대해 [제주의소리]가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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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날뛰는 제주지역 땅값을 잡을 묘수는 없는 걸까.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토지거래량은 4만5112필지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2만6647필지)에 비해 69.3%나 증가했다. 주택도 2008년 7223가구에서 지난해 1만3859가구로 갑절 가까이 거래량이 늘었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초강세다. 내리막길을 걷던 제주지역 땅값은 2009년 바닥을 친 뒤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에는 상승률 1.42%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제주 부동산 ‘투기·과열’, 귀농·귀촌 이주민 증가-중국 특수 ‘쌍끌이’ 견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귀농·귀촌을 통해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주민들이 늘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황을 띠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 나오는 매물들이 주로 이들의 타깃이다.

또 다른 축은 중국인 수요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맞불려 중국인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중국기업 자본이 중산간 등 대규모 토지 매입을 통한 개발사업에 치중한다면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도심지 상가, 아파트, 단독주택 등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얼마나 사정이 심각했으면 최근 SNS에서는 “제주도 전역에 걸쳐 야금야금 잠식당하는 차이니스제주, 신제주 일대는 차이나타운”이라는 글이 올라와 폭풍 공감을 얻기도 했다.

수요가 넘치니 시장은 요동친다. 곧바로 부동산 투자·투기 과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감정가가 270만원에 불과한 폐가가 법원경매에서 1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시세 17억원짜리 상사가 무려 40억원에 거래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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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제주시 신시가지에서의 중국인 소유토지 분포현황. 빨간 점으로 표시된 곳들이 중국인 소유 토지다. ⓒ제주의소리
◇ 원희룡 도정, “중산간 개발 규제 및 토지매각 대신 장기임대 방식 전환”

당연히 제주도(행정)을 향해 토지관리 정책의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크게는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개발지역(투자진흥지구)과 지나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일반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두 축이다.

일단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은 앞으로 제주투자개발 사업에 있어 중산간 지역의 개발을 강력히 규제해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태다. 가급적이면 매각 대신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원희룡 도정이 토지관리(개발) 정책과 관련해 ‘규제’ 쪽으로 궤도를 튼 데 대해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제주도의회가 “중간산 지역의 개발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나섰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토지관리 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방안들이 분출되고 있다.

강영삼 박사(경제학·KAIST 출강)는 ‘투자총량제’와 ‘투자제한지역 설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자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제주도 전체 면적 및 인구 대비 각각 일정한 비율만 인정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투자가 낙후된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제도다.

강 박사는 “홍콩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10년부터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투자이민을 중단했다”며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중단까지 필요한 지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부동산 거래가 과열양상을 띨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사인’을 시장에 정확히 보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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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스 제주? 제주 전역에 걸쳐 중국인들이 소유한 토지가 늘고 있다. 산남보다는 산북, 동쪽지역보다는 서쪽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 “더 강력한 규제 필요”…토지거래허가제 ‘약’될까? ‘독’될까?

부동산 거래 자체를 시장자율에 맡기는 게 아닌 ‘관’(官)이 적극 개입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토지거래허가제’다. 토지거래허가제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사전에 관할지역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한 후 적발되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되고, 허가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이 불가능하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과)는 “도시화지역의 경우 도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공간인 점을 고려해 무분별한 외국자본에 의한 토지매입으로 땅값 뿐 아니라 점포임대비 상승과 같은 부동산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도 ‘토지거래허가제’를 비롯한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다. 구성지 의장은 제321회 정례회 개회식에서 원희룡 지사에게 “해외 투기적 자본의 부동산시장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범위에서 제한적 규제를 통해 종속화의 우려를 불식시필 필요가 있다”며 차제에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강력한 토지관리 정책이긴 하지만, 결국은 토지허가를 놓고 공직자들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 비리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다.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도민들의 재산권을 제약하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영조 제주경실련 공동대표는 특히 국·공유지 매각과 관련해 ‘도의회 승인’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대표는 “현재는 도지사의 의향에 따라 공유지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공유재산이라는 것이 도민 모두의 자산으로 미래세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도의회 승인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제주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띠면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보다 강력한 토지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 백가쟁명식이긴 하지만 여러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정책의 집행에서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바로 지금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분석을 하고, 진단에 따른 맞춤형 처방전을 내야하는 건 바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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