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게임놀이학회 아카데미...“보드게임, 잘 활용하면 근사한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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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게임문화 아카데미’에 참석한 외도초 학부모들. ⓒ제주의소리

평일 오전 제주시 한 초등학교의 도서관. 젊은 엄마아빠들로 보이는 어른들이 모여 앉아있다. 무슨 심각한 회의라도 벌어졌나 하고 의문을 가지려던 찰라 이상하게 얼굴이 너무 밝다.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진다.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제주지부가 진행하는 ‘학부모 게임문화 아카데미’가 열린 23일 외도초등학교의 풍경이다. 오늘은 학부모들이 학생이 되고, 그 앞에 게임놀이지도사들이 1일 선생님이 된다.

‘게임 문화 아카데미’라고 하니 ‘온라인 게임의 부작용’, ‘게임이 위험한 이유’ 정도를 예상했던 엄마아빠들의 표정은 의구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심쩍어하던 학부모들 얼굴에도 점점 웃음기가 번졌다. 너나 할 것 없이 게임 삼매경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이럴 때 이런 게임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다’는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여지자 ‘오~!’하는 감탄사도 터져나왔다.

김래성 전문강사는 “학부모와 자녀가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 보드게임이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장점은 또 있다. 보드게임은 아이의 심리상태나 습관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몰입하면서 즐기는 사이 평소 성향이나 숨겨졌던 성격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 강사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하면 잘 이해할까’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건전한 게임을 통해 리더쉽을 키워줄 수도 있고, 자녀와의 공감과 소통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게임으로 리더쉽을 키운다고 하면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게임놀이’가 지닌 강점은 서서히 널리 알려지고 있다.

기본적인 구조, 시간제한, 승부욕이라는 바탕에 자율성을 합한 개념인 만큼, 즐거운 맥락에서 새로운 정보, 역할, 행동을 받아들이고 정해진 규칙대로 시연하고 적응하는 기회가 된다.

여기에 적절한 언어규칙, 예를 들어 카드게임 ‘BOOM’에서 공격을 시도할 때 ‘미안해! 친구야’라고 말하거나, ‘폭탄 카드’를 사용할 때 ‘미안한데, 친구들아 폭탄이 터질 것 같아’라고 말하는 식의 약속을 세우는 것은 이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게임을 하면서 자신감, 자기통제, 경쟁력, 즐거움, 사회기술을 터득할 수 있고 현상을 판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 사고 경험하는 만큼 리더쉽을 키우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 우습게만 봤던 새로운 모습이다.

▲ ‘학부모 게임문화 아카데미’에 참석한 외도초 학부모들. ⓒ제주의소리

게임을 모두 끝낸 뒤 다시 한 번 강사가 학부모들 앞에 섰다.

“엄격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존감을 내세우기가 힘들 때가 많아요. 가령 뭘 물어봐도 ‘몰라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애들이 있어요.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래요. 이런 아이들에겐 정말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어요. 우연성이라는 요소가 강한 게임인 만큼 ‘나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거든요. 내 차례를 놓쳐서는 안되니 당연히 강한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서선영 강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도 보였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오락거리를 넘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심리적으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현경이(33.여)씨는 “보드게임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것이 자기계발과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며 “예전에는 ‘그냥 게임이구나’ 했는데 이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제주로 이주해 온 이주영(38.여)씨는 “사실 타 지역에서는 보드게임을 주제로 대회로 열리고, 수학과학을 가르치는 학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며 “제주에서는 보드게임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않은데, 이번 학부모 아카데미는 정말 유익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당초 예상보다 좋은 분위기에 힘을 얻은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제주지부는 앞으로도 ‘보드게임 전도사’ 역할을 이어나갈 참이다. 스무명 이상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갈 계획이다.

문의=010-2698-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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