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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배달 사고' 여성만 구속기소...돈 건넨 공무원부부는 입건대상 제외

제주 공직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방공무원 인사청탁 사건에 대해 검찰이 뇌물수수가 아닌 알선책으로 지목된 여성의 단순 사기극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공무원 인사청탁 사건의 알선책으로 지목된 손모(60.여)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9월30일자로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손씨는 2011년 9월 우근민 전 도지사의 부인을 통해 남편을 승진시켜 주겠다며 소방공무원 고모(60)씨의 부인 A(54)씨에게 접근해 그해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당시 손씨는 A씨의 남편이 2012년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자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줬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A씨의 어머니와 사촌관계다.

손씨는 2014년 7월초 재차 A씨에게 접근한 뒤 원희룡 도지사의 부인과 제주출신 전(前) 국회의원을 통해 남편을 승진시켜 주겠다며 3000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점에 손씨는 전직 국회의원을 통해 도지사에게 부탁해 승진하도록 힘쓰겠다고 속여 A씨의 남편인 고씨로부터 7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3년에 걸쳐 손씨가 알선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만 8300만원 상당이다. 2014년 8월 정기인사에서도 고씨가 승진하지 못하자 손씨는 3700만원 중 2700만원을 돌려줬다. 

A씨는 청탁 대가로 건넨 8300만원 중 1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8월10일 원 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항의성 문자를 보내면서 인사청탁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관심은 이 돈의 사용처였지만 검찰은 인사청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손씨의 계좌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했지만 돈이 고위공무원에 흘러간 정황을 찾지 못했다.

손씨가 도청 고위공무원 P씨의 부인에게 전화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실제 청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두 사람은 제주시내 모 교회에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손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주소록을 모두 분석했으나 전, 현직 지사나 부인, 국회의원 등 고위직 인사의 연락처는 없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눈 사실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손씨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벌인 사기사건으로 결론내렸다. 돈을 건넨 공무원 고씨와 부인 A씨에 대해서는 뇌물 공여자가 없다는 이유로 형사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뇌물수뢰자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 배달사고로 돈을 받은 공무원이 없어 고씨 부부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에 청탁이 이뤄지거나 전달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른 인사청탁 내용도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의뢰로 시작된 이번 수사는 항간에 떠도는 공무원사회의 병폐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적으로 변죽만 올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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