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적 재일동포 다룬 다큐 ‘항로’...제주프린지서 최초 상영

▲ 김지운 감독. ⓒ 제주의소리

눈 앞으로 다가온 2014제주프린지페스티벌의 키워드 중 하나는 ‘네트워크 축제’. 원도심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을 엮고, 상가-지역주민-예술인- 이주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이라는 뜻이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이 의미는 더욱 확장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제주와 타지’를 하나로 이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기간 내내 3Frame에서 진행되는 ‘프린지 시네마-봐보게’가 대표적이다.

4일 오후 7시에 진행되는 프린지시네마 첫 번째 시간에 작품 ‘항로’를 내놓는 김지운 감독의 마음은 특별하다. 완성 후 이 곳 제주프린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데다 그 의미가 제주와 결코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항로’는 재일동포 3세 연극인 김철의에 대한 얘기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철의는 8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재능도 인정받아 2010년에는 일본 젊은 연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철의의 꿈은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 바로 제주에서 자신의 공연을 올리는 것.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무산됐다.

▲ 김지운 감독. ⓒ 제주의소리

2009년 ‘하늘 가는 물고기, 바다 나는 새’라는 작품으로 제주4.3평화마당극제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그는 제주에 올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조선적 재일동포였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세 번의 시도 모두 산산이 무산됐다.

조선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에게 여전히 대한민국은 입국불가의 나라였다. 자신의 뿌리가 박힌 곳, 마음 속 영원한 고향인 제주는 그렇게 멀어져갔다. 당시 김철의는 그를 초청했던 극단 한라산과 함께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때 즈음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재일동포 교류사업을 펼치던 ‘부산동포넷’ 소속 김지운 감독의 눈에 이 재일동포 연극인이 눈에 띤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당시 ‘국적이 조선이라 할아버지 고향을 밟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사연을 듣고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 받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다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2012년 여름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첫 반응요? 일단 다큐 작업 그 자체보다도 한국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러 왔다는 걸 좋아하시더라구요. 또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삶을 알리려는 의도라면 자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애절한 사연.

이 작품에서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연극인으로서의 그의 삶까지 제주 현대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식민지 이후 현재까지 재일동포들의 아픈 역사가 베여있다.

또 재일동포들이 피와 눈물로 지켜온 우리학교가 겪는 고난들, 영사관을 찾지만 번번이 여행증명서 발급에 거부되는 시간들도 담겼다.

한국, 북한, 일본 중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재일동포의 삶이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구나, 1940년대의 이야기만이 아니구나,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동포사회가 이런 삶들을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 내내 김지운 감독의 머리에 맴돈 생각이다.

▲ 영화 <항로> 중.
사실 한시적으로 허용되기도 했던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방한은 이명박 정권 이후 어려워졌다. 때문에 이 작품은 과거에 대한 정리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외침이기도 하다. 특히 주인공인 김철의의 고향인 제주에게 처음으로 작품을 내놓는 만큼 기대가 크다.

오는 4일 밤으로 예정된 프린지시네마에서의 관객들과의 이야기마당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김철의씨를 알리는 것도 목적이지만 4만명이나 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입국문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잊혀진 역사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니 다시 생각을 해보자는 겁니다.사실 일본 내에서 김철의씨와 몇몇 연극인 말고는 민족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다루는 곳이 얼마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문의=제주프린지페스티벌조직위원회(064-758-0332, www.jjpf.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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