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⑰]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도 없다. 왜냐? 사람마다 인생에 대한 정의가 다 다를 테니까. 한 개인의 경우에도 청년기-중년기-노년기의 인생론이 다르다. 결국 인생에 정답은 없다.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지만 나는 ‘인간은 살아있는 한 방황한다’고 말한다. 앞서 간 위인들의 말이나 문학 작품에서 인생에 대한 희미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예컨대 셰익스피어(인생은 불길한 항해와 같다), 쇼펜 하워(사람의 일생은 부분적으로 바라보면 하나의 희극이지만,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하나의 비극이다), 칼 포퍼(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의 말은 인생을 부분적으로 해석해 준다.

샤르트르가 ‘인생은 BCD다’라고 한 건 우리는 태어나서(birth) 죽는(death) 순간까지 부단히 선택(choice)하며 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든 선택은 실존적 결단을 수반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배우자를 고르는 것인데 나는 그 선택에 실패했다.(후회해도 소용없어)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2500년 전의 대철인이 던진 마지막 질문은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이다. 내가 가장 공감하는 건 맥베드의 대사다. “인간은 세상이라는 무대에 나와 잠시 동안 자신의 배역을 연기하다가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어릿광대에 불과하다” 그렇다! 배역의 크고 작음이 있을 뿐, 어차피 인생은 어릿광대의 꿈,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삿된 욕망, 헛된 꿈을 내려놓아라. 붉은 노을처럼 잠시 허공을 물들이다가 사라져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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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詩다. ‘아직 인생이 봄철인 동안 즐겨라 /세월은 물과 같이 지나가나니’

나의 인생은 봄이 아닌 가을이지만 지금 즐기지 않고 겨울이 되면 즐기고 싶어도 즐기지 못하리라. 여행도, 사랑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내 생애 단 한 번의 사랑’을 하리라….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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