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지 의장 제안한 ‘예산 협치’에 공무원노조·시민사회 “꼼수” 벌떼 공격…도의회 “심사 때 보자” 전면전 예고

2.JPG
제주도의회가 원희룡 도정에 제안한 ‘예산 협치’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 제안이 사실상의 ‘재량사업비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로 비춰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예산편성 이전 협의’라는 제안의 취지가 실종되고, 양 측의 기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향후 예산심사를 둘러싼 제주도와 의회의 극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사)제주참여환경연대(이하 참여환경연대)다.

참여환경연대는 15일 성명을 내고 “선심성 도의원 재량사업비 802억 증액편성이 웬 말이냐”며 도의회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참여환경연대는 “제주도 한해 가용예산이 4000억원인 상황에서 도의회의 820억원 요구는 비상식적이고 황당하다. 이 소식을 들은 제주도민들은 경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량사업비는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의원들의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이라며 “심의 때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 없이 총액 상태로 처리되는 지방의회 쌈짓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를 주요 기능으로 하는 의회가 집행부와 ‘재량사업비’를 매개로 한 짬짜미하는 것은 의회 본연의 역할을 왜곡시킨다”고 꼬집었다.

구성지 의장을 향해서는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회가 폐지됐던 재량사업비의 부활을 꾀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 의회의 주장은 꼼수이자 협치를 호도하는 자가당착”이라고 성토했다.

원희룡 도정을 향해서도 “차제에 예산편헝에 있어서 투명함과 공정함을 견지하고 도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도의회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등 과거의 예산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내고 “도의회는 겉으로는 ‘예산 협치’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집행부의 법적 고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무시한 채 사전 협의라는 구실로 월권행위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제주도의 심각한 재정난과 가용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원 몫’으로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제 밥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몰염치한 행태”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회는 허투루 쓰이는 예산이 없도록 철저하게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동조합도 발끈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이하 전공노 제주본부)도 성명을 통해 “예산 심의권을 갖는 도의회가 이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집행부의 고유권한인 예산 편성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재량사업비와 관련 “감사원 감사에서 재량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일정액의 재원을 배분했던 관행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명백히 지방재정법에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이 구분돼 있는 법적사항을 위반하고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구태의연한 작태”라고 꼬집었다.

지역구 챙기기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지역구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역구를 챙기는 것도 당연하다”며 고충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도민의 혈세를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쌈짓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정한 사회가 도의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노 제주본부는 “참여를 원하는 시민단체와 함께 도민의 편에서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하는 우수의원들에게 매년 감사패를 수여하고,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구성지 의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편성 이전에 의회와 사전협의는 물론 예산의 배분에 있어서도 일정규모 범위 내에서는 의회에서 민생의 소리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주도에 ‘예산 협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정규모 범위 내에서 의회의 요구를 반영해 달라’고 한 것이 소위 재량사업비라고 불리는 ‘주민 숙원사업 예산’을 편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됐다.

제주도는 구성지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을 내세워 예산편성과 관련된 도의회의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

그러자 도의회 역시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의회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검토도 해보지 않고 바로 반박기자회견을 통해 거절한 것은 분명 의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더구나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으로 오도한 것으로 참으로 경솔하고, 의회를 경시하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특히 “원희룡 도정에 대해 ‘협치가 아니라 무단통치’라고 부를 것이다. 앞으로 예산과 관련해 의회에서 어떤 심의의결이 되더라도 도의회의 책임을 탓하지 말라”며 예산심사를 앞두고 전면전을 예고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