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1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부터 성화를 받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초헌관에 정무부지사 검토 "원희룡 지사 종교적 신념 때문?"...최종 결정 미뤄

전국체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천신제(天神祭)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종교적 이유로 참석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국체전기획단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제주시 산천단에서 봉행되는 제95회 전국체전 관련 천신제에 도지사가 아닌 정무부지사가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주도는 당초 8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28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전국체전의 성화를 공식 채화장소인 강화군 마니산과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에서 각각 채화한다고 밝혔다.

마니산 성화는 항공기를 통해 10월3일 이미 제주에 도착했다. 하루간 제주도청에 안치된 후 4일부터는 제주올레길 21개 코스와 추자도, 우도 등 제주 전역을 순회하고 있다.

25일에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7선녀가 지역채화를 실시해 이튿날인 26일 오전 11시 제주시 산천단에서 천신제를 봉행한 후 마니산 성화와 합화돼 '민족 화합의 불꽃'으로 탄생한다.

이후 사흘간 도내 모든 읍·면·동을 순회하고 28일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주경기장를 밝힌다.

일반적으로 천신제는 대회를 주관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초헌관을 맡아 진행하지만 제주도는 행사 엿새를 앞두고도 도지사의 참석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천신제는 불을 내려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식적으로 초헌관은 제주도지사, 아헌관은 도의회 의장, 종헌관은 도교육감으로 역할이 나눠져 있다. 역대 어느 도지사를 불문하고 천신제 등과 같은 행사에는 도지사가 초헌관을 맡는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돼 있다.

제주도는 도지사 불참에 대비해 박정하 정무부지사 참석을 고려중이다. 행사 명칭도 천신제가 아닌 ‘한라산신제’로 변경했다. 행사 전체 주관은 삼성사재단이 맡기로 했다.

도지사의 천신제 불참 논란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지사의 종교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원 지사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절을 해야 하는 천신제 참석 자체를 꺼리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전국체전 채화에 따른 상징적 행사인 천신제 자체를 종교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한 태도 자체가 종교적 편향이라는 얘기다. 

개최지 자치단체장이 국가적 대사(大事)인 전국체전 관련 행사 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뭐냐 있느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원 지사의 천신제 참석 여부가 구설에 오를 기미를 보이자 제주도는 당혹스러워하면서 최종 결정에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여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모 제주도의회 의원이 4.3위령제와 관련해 '굿' '미신공화국' 등의 발언으로 '종교편향' 시비에 휘말려 4.3유족 등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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