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궁에 묻힐 뻔한 사고 규명...정의사회 버팀목"

제주경찰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치안역량이 최하위로 평가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치안수요가 증가됨에도 조직의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전문 수사요원이 턱 없이 부족해서 제주경찰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을 것이라고 보여 진다.

그렇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9일 오후 5시경 제주소방서 앞 교차로 입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경위는 이렇다. 제주시 아라동 쪽에서 제주지방법원 쪽으로 2차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적색 신호등이 켜져 일시 정차를 하였는데, 앞에는 여러 대의 차량이 신호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내차 약 1미터 앞에 있는 승합차가 갑자기 후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놀라서 경적을 울렸으나 결국 앞차의 뒷 범퍼 부분으로 내 차의 번호판과 범퍼를 찌그러뜨리고 말았다.

물적 피해는 수리비 상당의 50만 원 정도이나 앞차의 운전사가 후진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내 잘못으로 전가시키려 했다. 앞차 운전사가 신호대기 중에는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 습관이 있는데 혹시 차가 뒤로 밀린지도 모르겠다고 변명하기에 그렇다면 보험 처리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하였다. 앞차의 운전사가 승낙해서 보험사에서 현장에 오기는 했으나 앞차 운전사가 자신의 잘못을 번복하기에 부득이 경찰에 112신고를 해서 경찰이 현장에 왔고 쌍방이 사고진술서를 작성, 제출을 하기에 이르렀다.

약 일주일 후 교통조사계 J조사관이 현장검증을 하였는데, 사고현장에서 앞차의 기어를 중립에 넣고 시험을 했더니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필자가 뒤에서 앞차를 추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또 블랙박스도 없고 목격자도 없으니 결국 필자의 과실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체념하고 있었는데, J조사관이 전화가 와서 마침 사고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그 영상자료를 열람하여 본다면 사고경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이 지나 연락이 왔는데, 앞차가 뒤로 밀리면서 내차의 앞 범퍼를 충격하는 영상이 녹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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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석 변호사.
하마터면 미궁에 묻혀 내 자신의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간주될 뻔한 사건이다.  

경찰은 이래야 한다. 사건이 크고 작든 간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휴일도 잊고 사건현장에서 과실 유무를 밝히려고 성실하게 치열하게 사건해결에 임하는 경찰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런 경찰이 많아진다면 제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 변호사 김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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