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운영위원회, 국감 중 정무부지사 호출 “대의회 업무 소홀” 융단폭격

예산 편성 문제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두 기관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야 할 정무부지사가 도의회에서 호되게 당했다.

제주도의회는 21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도 국감 도중 박정하 정무부지사를 불러 의사일정 조정과 재량사업비 문제로 의회가 마치 도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정무부지사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이선화)는 이날 제322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제323회 임시회 및 제324회 정례회 의사일정 협의의 건을 처리했다.

안건 처리가 끝난 직후 위원들은 일제히 박정하 정무부지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박원철 농수축경제위원장은 “마치 의회가 국감 기간에 322회 임시회를 개최하는 게 도정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도 관계자가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늘 국감장에서 '지방의회가 (의원 재량사업비로)20억원을 요구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 말이 왜 나왔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재량사업비와 관련한)내용은 오전에 없었다”고 답변하자, 박 위원장은 “현 도정은 마치 의회를 필요 없는 존재처럼 호도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박 부지사는 “무슨 취지로 말하는 지 이해하고 있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오해와 관련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다 오픈해서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말 못할 사정도 있음을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바짝 엎드렸다.

박 위원장은 “의회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마치 시민단체가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것처럼 성명서를 발표했다. 집행부에서 안을 주지 않고서는 그런 내용이 나올 수 없다”면서 “도대체 원 도정의 정무 라인은 가동되고 있느냐”라고 힐난했다.

안창남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도 “설령 기자가 소설을 쓰듯 기사를 썼더라도, 집행부가 적절히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임시회는 전국체전을 감안해달라는 집행부의 요구를 수용해 사전에 잡혔던 것”이라고 언론보도에 대한 집행부의 ‘무대응’을 문제삼았다.

이에 박정하 부지사는 “누구를 통해 그런 멘트가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정 책임자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다시한번 고개를 숙였다.

정무부지사의 ‘소통’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위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의장께서 제안을 했고, 지사께서 검토하겠다고 한 의회사무처 인력 보강 문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느냐”를 따져 물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박 부지사의 답변이 화를 키웠다. 위성곤 대표는 “정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가 의회에서 제안한 것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면 누가 하나”라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지사는 누굴 믿고 일을 하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라도 챙겨서 구체적으로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부지사는 “의회와 관련된 사안을 확실히 챙기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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