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논란] (1) 전교조-교총-노조-교사 "문제있다" 이구동성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주대 이인회 교수팀에게 연구용역을 맡겼다. 지난달 26일, 이 연구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교육청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이어졌다. 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 본청 인원을 23명 또는 32명 줄여 소규모 학교에 배치한다는 내용과 교사의 영역으로 보이는 업무를 행정공무원에게 넘기는 업무분담 모형이 제시된 것. 제주 교육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교육청 조직개편 관련 논란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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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무행정업무분담 모형' 중 일부.

제주대 이인회 교수팀의 연구용역 보고서 말미에 실린 ‘교무행정업무분담 모형’은 교육청노조의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이 모형에는 정기고사 관리와 성적처리, 대외고사 관리, 수행평가 관리, 성적 분석, 교무일지 등의 내용이 학교에 근무하는 행정공무원의 담당 업무로 명시돼 있다. 노조는 “교사의 영역이 분명해 보이는 업무를 어째서 행정공무원에게 미루려 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1인 시위도 진행 중이다.

이는 비단 노조만의 입장이 아니다. 양대 교원 단체와 일선 학교 교사들 역시 연구용역 보고서에 나온 업무는 교사의 영역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제주교총 홍남호 회장은 “수행평가, 성적처리 등의 업무는 당연히 교사들이 해야할 업무”라며 “특히 성적처리의 경우 전산화 돼 있기 때문에 (교사가 맡더라도)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이문식 전교조 제주지부장도 “명백히 교사들이 할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업무를 행정공무원들에게 넘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도내 한 고등학교에 근무중인 A교사는 “교사입장에서 업무가 줄어들면 좋은 일이지만 정기고사 업무, 성적처리 업무 등은 교사가 해야하는 일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근무중인 B교사도 “연구용역 업무분담모형에 나온 성적처리와 같은 영역은 교사의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초등교사는 “교사들도 저런 업무를 넘길 생각이 없다. 당연히 교사가 해야될 일”이라며 “이게 쟁점으로 왜 부각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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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교육청노조의 한 조합원이 지난 13일 오전 교육청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제주의소리DB

해당 모형은 4년전 논문 인용, 현실과 괴리...교육청 소통부족도 문제

[제주의소리]는 논란이 된 모형을 제시한 연구팀 이인회 교수에게 21일 직접 입장을 물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2010년 자신의 또다른 논문에 실렸던 모형을 인용한 것으로 현재 제주교육계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 교수는 “9월 16일 공청회에서 연구 중간보고서를 공개했을 때 ‘학교 내 업무에 대한 직무분석이 되지 않은 반쪽연구’라는 비판이 나왔다”며 “그 이후 연구진들과 상의 끝에 소규모 학교로 재배치 되는 인원이 일하게 될 내용을 담은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적절한 업무분담 모형이 제시된 것이 아니라는 점. 해당 업무분석(행정업무분담)모형은 이 교수가 2010년 타 논문에 실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이 교수는 “2010년 교원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부 연구에 나왔던 내용을 일단 담았다”며 “당시는 이것을 넣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0년 교육부가 진행한 연구에 참여해 이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는 교육부가 교원업무경감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교무보조를 학교 마다 배치하려는 흐름이 있었던 시기. 이 교수도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감안해 해당 모형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과거의 모형을 그대로 가져와 제시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교수는 “이 점에 대해서 연구진으로서 반성을 한다”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속연구를 통해 교무실과 행정실 간 업무분담이 세밀하게 디자인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이번 용역연구와 별개로 이달 중 ‘교육중심 학교시스템 구축 관련 T/F팀’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TF팀은 ‘교무업무와 행정업무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업무 재배치’가 주목표다.

앞서 강형인 교육청 교육행정과장은 20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교육중심 학교시스템 구축 T/F팀을 통해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기에서 구축방안이 나온다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가게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의 공약을 현실화시키는 로드맵을 그리는 제주희망교육추진단의 이병진 팀장은 21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모형은 이 교수의 개인적인 과거 연구성과를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업무분담 모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양산된 셈이다.

연구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교육청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구를 맡긴 주체가 교육청이면서 발표 이후 반발이 이어지는데도 적극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조는 줄곧 ‘소통 부족’을 지적해왔고, 지난 16일 TF팀 설명회에서도 강봉조 노조 사무처장은 “지방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속 시원히 아는 게 없고,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김완근 노조 위원장도 22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조직개편의 바탕이 될 조직진단 결과보고서를 두고 단지 연구용역 뿐이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지 않냐”면서 “교육청이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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