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 품질저하로 가격 곤두박질...원희룡 지사, '제값받기 담화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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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가격이 심상치 않다. 과잉생산과 품질저하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10월22일 현재 올해산 감귤가격은 8100원(10kg)으로 지난해 1만4100원에 비해 무려 40% 이상 떨어졌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지사와 농민단체, 생산자단체가 '감귤가격 제값받기'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상품감귤 유통을 단속하고, 지도점검해야 할 농협마저 비상품 감귤을 유통시켜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원 지사는 23일 오전 10시10분 도청 기자실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며 "지난 2002년 감귤가격 대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며 "애지중지하던 감귤원을 폐원하고, 애써 키운 감귤나무도 과감하게 잘라냈다"고 아픈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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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가격 제값받기 담화문을 발표하는 원희룡 지사(가운데)와 관련 단체장들.
원 지사는 "(그 결과)고질적인 감귤 해거리도 극복하고, 명품감귤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자신감도 많이 생겨났다"며 "하지만 올해산 제주감귤이 다시 한번 위기가 왔다. 과잉생산과 품질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원 지사는 "혼자만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제주감귤 전체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고, 제주경제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땀 흘린 만큼 모두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감귤정책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제주산 극조생 감귤은 지금까지 3만1853톤이 출하돼 지난해 같은기간 1만6937만톤에 비해 2배 가까이 시장에 쏟아졌다.  

상인들이 포전거래로 사들인 감귤을 집중적으로 조기에 출하한 탓으로 분석된다. 극조생 감귤 출하 마무리 시기인 11월5일부터 15일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10월에 앞당겨 출하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도가 4브릭스 밖에 안되는 비상품감귤이 유통되면서 가격하락을 부채질했다.

더구나 비상품감귤 유통을 단속하고, 지도.점검해야 할 농협이 비상품감귤을 몰래 출하해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있다. 

제주도는 21~22일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비상품감귤 유통실태를 조사해 23건을 적발했다. 

제주도는 이례적으로 단속에 걸린 작목반이나 영농조합을 공개했는데 적발 대상 중에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과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농협, 효돈농협도 들어있다.

위미농협(협신작목반)은 비상품 1번과 33상자(330Kg), 효돈농협은 효상작목반 310kg, 신월영농조합법인 950kg, 하귀농협은 70kg을 각각 유통시켰다.

양치석 농축산식품국장은 "비상품감귤을 유통하다 걸린 작목반이나 영농조합에 대해서는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행정에서 명단을 관리해 각종 보조금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며 "또한 생산자를 역추적해 공모사업에 마이너스를 반드시 주겠다"고 경고했다.

적발된 하귀농협에 대해서는 "행정조치 외에 농협중앙회에서 회원농업에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이 비상품감귤 유통에 가세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담화문 발표가 비상품감귤 유통을 막는데 얼마만큼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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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가격 제값받기 담화문을 발표하는 원희룡 지사.

 

[감귤 제값받기 담화문] 

감귤가격 제값 받기에 다함께 노력합시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감귤생산 농업인 여러분!

   감귤의 경쟁력이 곧 제주의 경쟁력입니다.

   우리는 2002년 감귤가격 대폭락을 경험했습니다. 묵묵히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후 애지중지하던 감귤원을 폐원하고, 애써 키운 감귤나무도 과감하게 잘라냈습니다. 

   이제 감귤이 경쟁력을 되찾았습니다. 고질적인 감귤 해거리도 극복해냈습니다. 명품 감귤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자신감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산 제주감귤이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과잉생산과 품질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조사 결과 2차 생리 낙과가 적어 소과 발생이 많고, 돌풍과 태풍 등 기상영향으로 품질도 기대 이하라는 분석입니다.

   사과, 배를 비롯한 경쟁 과일의 가격까지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소비 흐름도 경기침체로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어느 때보다 위기인식을 가지고 품질과 유통관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혼자만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제주감귤 전체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제주경제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땀 흘린 만큼 모두가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감귤정책에 적극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첫째, 잘 익은 감귤(완숙과)을 상품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둘째, 덜 익은 감귤을 착색시켜 유통하는 행위는 절대 안 됩니다.

   셋째, 1번과 이하, 9번과 이상 감귤은 가공용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넷째, 산지 수집상 등에게 절대 비상품 감귤을 판매하지 맙시다.

   감귤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자치경찰단, 행정공무원, 마을 자체 감시단 등으로 구성된 단속반을 적극 활용하여 비상품 감귤 유통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나아갈 것입니다. 

   제주감귤의 가격지지는 생산량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귤 적정생산과 비상품 감귤 격리는 필수입니다. 또한, 앞으로 감귤산업을 당도 등 품질위주의 상품화와 마케팅을 강화해 시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열심히 감귤농사를 짓는 분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강제착색, 비상품 출하금지, 철저한 선별, 출하량 조절로 어렵게 생산한 우리 감귤이 정상적으로 생산, 출하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 10. 23.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장

(사)제주감귤연합회장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비상품감귤 유통 단속결과(10월21-22일)

협신작목반(서귀포시) - 10kg 34상자 1번과 유통
서경유통(서귀포시) - 10kg 35상자 1번과 유통
보배청과(서귀포시) - 10kg 20상자 1번과 유통
원상록수영농조합(서귀포시) - 10kg 20상자 1번과 유통(0번과 포함)
우리농산물(서귀포시) - 5kg 27상자 1, 9번과 유통
성진유통(서귀포시) - 10kg 41상자 1번과 유통
한성영농조합(서귀포시) - 10kg 80상자 1번과 유통
광유통(서귀포시) - 5kg 64상자 1번과 유통
보배청과(서귀포시) - 10kg 20상자 1번과 유통
하귀농협직영(제주시) - 10kg 7상자 9번과 유통
지만청과(서귀포시) - 10kg 25상자 1번과 유통
신월영농조합법인(서귀포시) - 10kg 95상자 1번과 유통
효상작목반(서귀포시) - 10kg 31상자 1번과 유통
삼일작목반(제주시) - 10kg 8상자 1번과 유통
협신작목반(서귀포시) - 10kg 14상자 1번과 유통
대림청과(제주시) - 10kg 71상자 1번과 유통
덕성선과장(제주시) - 10kg 60상자 1번과 유통
와흘작목반(제주시) - 10kg 72상자 1번과 유통
신효감귤영농조합(서귀포시) - 5kg 27상자 1번과 유통
돼지유통(제주시) - 10kg 18상자 1번과 유통
부부청과(서귀포시) - 10kg 29상자 1번과 유통
대명작목반(제주시) - 10kg 47상자 9번과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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