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우_사중주.jpg
▲ '사중주'. 박단우 작.

제주시 화북동 거로마을에 위치한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이 다음 달 7일까지 ‘분홍섬 공공체’전을 연다.

‘분홍섬 공공체’는 전통적인 공동체 개념이 깨져가고 있는 지금 ‘어떤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이다.

현대미술가 권순왕, 의상디자이너 박단우, 전통침선공예가 신소연, 작곡가 겸 재즈피아니스트 허성우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4명의 예술가가 모였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협업의 방법, 주제, 작품 등에 대해 지난 6개월간 논의했다.

신소연은 “분홍색이라 규정한 현 제주의 정체성은 어느 날 뜬금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레드가 변화해 온 색”이라고 말한다. ‘분홍섬’은 레드 아일랜드라고 낙인찍혔던 제주도의 과거와 함께 이제는 낭만의 섬으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제주도의 현재를 의미하는 셈이다. 

제주가 외부의 시선에 의해 분홍섬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분홍섬이 되기 위해서 4명의 작가들이 제안한 것이 ‘공공체(空共體)’다. 폐쇄성 등 기존의 공동체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들이 ‘공공체’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었다. ‘공공체’는 자신의 일부를 비우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권순왕은 ‘공공체’를 “나를 먼저 내어놓는 공동체이며” “시대와 이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분홍섬 공공체’전을 준비하면서 제주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아직도 남아있는 4.3사건의 아픔을 보듬었다. 자신을 비우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공동체를 꿈꾸는 과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상복을 연상시키는 셔츠인 박단우의 작품 <과거를 기억하다>, 아픈 역사를 공동체가 함께 애도하는 곡 허성우의 <레퀴엠 ‘분홍섬’> 등 의미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도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이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어서는 안 될 사람 등의 이름을 꽃잎에 적어 보자기로 싸인 통에 넣는 작업이다.

작가들은 “관람객들의 소중한 마음을 모으는 이 과정은 개인의 역사를 공동체의 역사로 만드는 과정”이라며 “관람객들이 ‘공공체’의 일원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문화공간 양(064-755-2018, curator.yang@gmail.com)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