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⑱] "내 엉덩이 찰싹찰싹 때려줄 사람 어디 없나요"

7년째 홀아비 생활에 이골이 난 60대의 이혼남입니다. 그동안 재혼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것이라서 여태껏 반려자를 만나지 못했네요.

오래 고민하다가 출사표를 던지는 심정으로 공개구혼장을 작성하여 경향 각지에 은둔하고 있는 독신녀, 이혼녀, 미망인들에게 여기 숨은 보석이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자 합니다.

공개구혼장은 ①나는 왜 재혼하려 하는가? ②나는 어떤 여자를 원하는가? ③나는 누군가인가의 순서대로 간략히 서술해볼까 합니다.

첫째, 누가 나에게 왜 재혼하려는가? 물으면 나는 “말동무와 등 긁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대답하지요. 이 말은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고 베풀면서 살아갈 상대(배우자)가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무엇을 베풀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면 비로소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는 거랍니다. 거룩한 결혼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자의 짐을 나누어지고, 진심으로 배우자를 섬기는 것이겠지요.

건강한 지금은 잘 모르지만 더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들었을 때 이 말의 참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될 거에요. 어쨌든 재혼은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준비이자 미래설계이므로 황혼열차가 떠나버리기 전에 꼭 붙잡고 싶습니다.

둘째, 남자가 원하는 재혼 상대는 예쁘고 늘씬한 여자지만, 여자가 원하는 상대는 돈 많고 명(命) 짧은 남자라고 합디다. 1960년대 신문에는 ‘美知財(미모·지혜·재산) 있는 고독녀 원함’, ‘自家有女(자택 소유한 여성) 원함’ 같은 한자 투의 구혼 광고가 실렸다지요.

과거에 나는 4末5初(40대 말, 50대 초)의 고독녀를 원했죠. 그런데 Y라는 여친 왈 “니가 재벌이야?” 젊은 여자를 얻으려면 돈푼께나 있어야 한다는 야유인데, 내가 “김흥수 화백은 30년이나 어린 여자와 살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니가 김흥수야? 유명예술가냐구!” 을러대는 통에 기가 팍 죽은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얼마 전 5初5中(50대 초·중반)으로 양보했죠.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가 “젊은 여성과 결혼하면 단명한다”고 했거든요. 최근에 Y는 “흥, 머잖아 5末6初로 후퇴해야 할 걸?”이렇게 비아냥거리며 기어이 염장을 지르더군요. 어쨌거나 이제 나는 ‘4大不問(나이·미모·지혜·재산을 묻지 아니함)’을 강력히 주창하면서 치마만 두르면 누구든지 겸허히 수용하기로 작심했죠.

셋째, 이처럼 하해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40년 동안 공직에 있다가 2010년에 정년퇴임하고 현재는 백수지요. 매달 연금을 받으니 사는 데 지장 없고 운동 열심히 해서 스스로 50대의 지력, 40대의 체력, 30대의 감성의 소유자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저잣거리에 이런 우스개가 있더군요. 눈두덩이 퍼렇게 멍든 남자들이 줄줄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50대 남자는 아내에게 “오늘 반찬이 뭐냐”고 물었다가 맞았고, 60대는 아내가 화장하는 걸 보고 “누굴 만나러 가느냐”고 묻다가 맞았고, 70대는 아내가 여행 가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묻다 맞았고, 80대는 집 안에서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고 맞았고, 90대는 다 죽었는데 “아직도 안 죽고 뭐 했느냐”(일설에는 아침에 왜 눈을 떴느냐)고 맞았습니다.

제기랄! 마누라 있는 자들의 엄살이고 호강에 겨워 요강을 깨는 소리지요. 사바세계의 중생들, 특히 노처녀·아줌마·돌싱·골드미스들에게 마지막으로 눈물로 애원하고 호소합니다.

“누구, 눈두덩이 말고 내 엉덩일 찰싹찰싹 때려줄 사람 없나요?”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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