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땅②] ‘내땅 권리찾기’ 이상한 해법…소송 땐 변호사비용 추가부담 악순환

과거 일제강점기 및 60~70년대 개발시대부터 도로로 편입됐는데도 보상 한 푼 받지못한 땅(미불용지)이 주목(?)받고 있다. 보상비만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토지주들은 보상해달라고 아우성이고, 지자체는 돈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한 지가 벌써 수십 년째다. 그 사이 브로커들은 기승을 부리고 지자체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미불용지의 문제점과 해법 등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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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제 강점기 및 1960~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도로에 편입됐으나 여전히 개인 땅으로 남아 있는 '미불용지'가 각종 분쟁과 민원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신의 땅이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미불용지 소유주들에게 현재로서는 소송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결국 돈을 들여야 보상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돈이 돈을 번다’는 속설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쩐(錢)의 전쟁’인 셈이다.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가 파악하고 있는 미불용지는 8861필지(제주도 6349, 제주시 779, 서귀포시 1733)에 면적은 243만2311㎡에 달한다. 축구장 1개가 통상 7140㎡인 것을 감안하면 축구장 340개와 비슷한 면적이다.

이들 미불용지 보상 추정액만 1046억 정도. 최근 차이나자본의 ‘제주 땅 매입 열풍’에 따른 땅값 상승, 행정의 관리사각에 있는 농로, 마을안길 등의 미불용지까지 감안하면 실제 보상비는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당국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쥐꼬리’만한 보상예산과 쏟아지는 민원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재정형편 때문에 도본청과 제주시·서귀포시에 배정되는 토지보상 관련 예산은 한해 3억~5억원 정도. 그나마 소송에서 패한 경우에 우선 순서가 돌아가면서 민원만 제기해놓고 있는 토지주들은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다.

제주도가 수립한 미불용지 보상계획에 따르면 법원 등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보상 청구권이 있는 민원이 보상 1순위다. 다음은 보상액이 많지 않은 소규모 땅이다. 이마저도 확장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투리 예산을 활용해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송을 통해 보상순번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민원인들이 늘고 있다.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서귀포시를 상대로 진행된 미불용지 민사소송은 모두 37건(70필지)으로, 기부채납 동의서 등 증빙서류가 없어 서귀포시가 모두 패소했다.

소송에 진 서귀포시는 땅 주인에게 많게는 수천만원의 부당이익금 5년 치를 지불했는가 하면 연간 5000만원의 도로 점유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제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3년 간 진행된 36건의 미불용지 반환 소송에서 기부채납 동의서를 찾은 4건을 제외한 32건은 패소했다.

지방도와 옛 국도를 관리하는 제주도 역시 지난 3년 동안 7건의 소송을 진행해 패소 4건, 화해권고 3건으로 단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이처럼 행정이 대부분 패소하는 데는 새마을운동 당시 도로확장을 ‘무보상 원칙’으로 진행하면서 등기 이전과 지목 변경 등 지적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결국 돈을 들인 만큼 먼저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돈이 없으면 자기 땅에 대한 권리 찾기도 요원하다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최근 모친 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불용지 존재를 알게 된 K씨(57.성산읍)은 “주변에서 소송을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면적이 얼마 되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될 수도 있지만, 승소하면 변호사비용까지 나온다고 해서 소송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소송에 패해 보상해야 할 경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보통 300만~500만원 정도인 변호사 비용을 물어줘야 하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때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20%의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한다.

실제 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조차 이런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소송을 해야 먼저 보상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이는 결국 돈 없는 사람은 보상도 못 받게 되어 있다”고 실토(?)했다.

제주도 관계자 역시 “미불용지가 상속·증여·경매 등으로 후손이나 외지인에게 넘어가면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며 “재정형편상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도로확장 등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미불용지를 포함해 보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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