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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터줏대감' 31일 폐업...이병선 오너셰프 "당분간 휴식 뒤 훗날 기약" 

30년 전통의 제주지역 대표 빵집인 ‘어머니빵집’이 마지막 베이커리를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완전한 폐업은 아니지만 당분간 이병선 오너셰프가 빚어낸 빵을 맛볼 수 없게 됐다. 

이병선 어머니빵집 대표는 10월31일자로 문을 닫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빵을 굽는 일이라면 여전히 자신있고 누구보다 의욕도 넘치지만 본인의 의지로 막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빵집은 1985년 창업주 박정기씨가 문을 연 이후 30년간 제주시청 맞은편 자리를 지키며 도내 대표 빵집으로 성장했다. 이병선 셰프는 2002년부터 전통을 이어받아 승승장구했다.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공습에도 소비자들은 어머니빵집을 찾았다. 시청 앞 대학로에서는 소상공인들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찹쌀 도넛과  팥이 든 찐빵, 꽈배기 등은 서민들이 찾는 대표 제품이었다. 시청 앞 번화가인 대학로가 성장하면서 비스킷과 호두, 잡곡을 넣은 주먹빵 등으로 젊은층을 공략했다.

이 셰프는 제빵 계량제와 화학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호밀과 유산균, 레이즌 등 발효종을 이용해 자연에 가까운 웰빙빵을 선보였다. 뛰어난 맛에 풍부한 향과 영양까지 더해졌다.

30~40대에게는 추억의 장소이자 약속, 만남의 공간이다. 과거 서울 사람들이 '종로서적 앞에 보자'고 한 것처럼, 친구와 만날 때면 으레 ‘어머니빵집 앞에서 보자’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연인과 친구, 모임, 회식자리에서 귀빠진 사람이 나오면 약속이나 한 듯 어머니빵집으로 달려가 케이크를 공수했다. 술에 취해 집으로 갈 때면 가족들을 생각해 빵을 집어들기도 했다.

20대 청년에게도 이 같은 추억은 이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고객만큼이나 제품도 다양해졌다. 100%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 쿠키 등 고객 눈높이에 맞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 셰프는 2012년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으로 제주발전에 기여하고 식품안전관리에도 이바지 점을 인정받아 제주도가 수여하는 표창패도 받았다.

맛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컸지만 2012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던 유명 분식점인 ‘짱구분식’은 이미 가게를 비우고 5개월 전 신제주로 이전했다. 짱구분식과 어머니빵집이 지키던 1층에는 커피숍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빵집은 이전 건물을 찾지 못해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임대료가 비싸고 공간마저 확보하기 어려워 ‘어머니빵집’이라는 이름으로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미지수다.

이병선 어머니빵집 대표는 “아쉽지만 건물주의 요청으로 가게를 비우게 됐다.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31일을 끝으로 우선 문을 닫는 상항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빵집이지만 제과인으로서 자부심은 크다”며 “관광객들도 소문을 듣고 다시 방문하는 등 추억도 많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고객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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