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MB 이어 현 정부도 매각 압박...비싼 금액, 놔두면 중국자본 군침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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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문관광단지 전경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매각을 적극 밀어부치면서 제주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일괄매입을 제안받았지만 막상 매입하려니 수천억원이 들고, 그냥 놔두려니 민간에 매각될 경우 자칫 중국자본에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제주도와 중문관광단지(중문골프장 포함) 일괄 매각을 협의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중문관광단지 매각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서 비롯됐다. 이에따라 공사는 MB 정부 5년 내내 수차례 중문단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중문단지 매각과 관련해 한국관광공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오히려 MB 정부 때보다 압박의 강도가 더 세졌다는게 중론이다.

4년전 감정평가액에 의해 중문단지 매각금액은 중문골프장 94만여㎡(1050억원)와 단지 내 잔여토지 72만여㎡(460억원) 등 1500억원대다. 

하지만 감정평가를 새로 한다면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가만 해도 그새 크게 뛰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MB 정부 보다 더 강하게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중문단지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 공기업 경영평가 점수를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중문단지 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와 중문단지 일괄매각을 협의하고 있다"며 "만약 제주도가 중문단지 매입을 하지 않을 경우 민간매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워낙 덩치가 커 제주도가 사들이기 쉽지않다는데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마당에 수천억원을 지출할 경우 재정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공사에서 매입 협의를 해온 건 사실인데 제주도가 매입할 여건이 안된다"며 "매입 금액도 4~5년전 감정평가에서 1500억원대인데 새롭게 감정평가를 하면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아직까지 관광공사에서 매입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민간매각을 추진하게 되면 제주도 나름대로 대응방침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제주도가 중문단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민간매각을 추진할 태세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1년 7월과 11월, 지난해 4월 등 3차례에 걸쳐 민간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 2011년 9월과 10월 실시한 공개입찰도 유찰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자본이 호시탐탐 개발부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중문단지가 중국자본에 팔리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제주도가 걱정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그러잖아도 차이나머니 공습으로 '이러다간 제주가 중국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과장섞인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제주관광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중문단지마저 중국자본에 넘어갈 경우의 여론 악화도 큰 부담이다.  

중문은 원희룡 지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제주관광 부흥을 알린 중문단지가 중문이 고향인 도지사 재임 기간에 중국자본에 팔린다는 것은 끔찍한(?) 상상일 수 있다.

이와관련 제주도가 당장 매입할 자금이 없다며 관광공사에 장기 분납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제주도와 관광공사의 중문단지 매각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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