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원희룡지사 도발적(?) 발언 왜? 간부들에겐 '의회소통' 강조 '양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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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이른바 '예산 협치'와 인사청문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지사가 의회를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던졌다. 

보조금 지원과 관련해 도의회에서 증액하거나 끼워넣는 바람에 횡령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잇따른 횡령사건의 진원지로 도의회를 지목한 셈이다.
 
상황에 따라선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올 만한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원 지사는 31일 오전 '11월 도정시책 공유 간부회의'에서 보조금 얘기를 꺼내들면서 의회를 겨냥했다.

그는 보조금과 관련해 "전직 도의원과 관련된 최근 상황도 있었고, 뮤지컬이나 행사 관련된  보조금 문제도 발생했다"며 "도의회에서 억지로 집어넣은 예산이 결국은 횡령사태 터지는 이런 문제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전직 도의원 관련 사건'은 농업 관련 법인이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챙긴 사건을 말한다. 

전직 도의원은 상임위원장이던 2011년 1월, 공무원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도와주겠다며 A영농조합법인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있다.

제주도는 당시 자신들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의회가 심의과정에서 5억원씩 2차례에 걸쳐 끼워넣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 지사가 예를 든 또 다른 사건은 복지TV 건이다. 이날 간부회의에서 원 지사가 언급한 '뮤지컬이나 행사' 가운데 '행사'는 복지TV 사건을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뮤지컬'은 '라(拏) 애랑&배비장'을 말하지만, '의회 증액'이나 '끼워넣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TV 제주지사 개국기념사업'으로 제주시 학생문화원에서 문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제주도 문화정책과로부터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홍보비를 집행하는 것처럼 속여 349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또 비슷한 기간에 제주시 문예회관에서 청소년복지음악캠프를 열고, 제주도 복지청소년과로부터 1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같은 수법으로 9750만원을 챙기는 등 2개의 사업으로 총 1억32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복지TV 사건도 도에서 편성한 예산이 아니라 의회에서 신규로 집어넣은 예산이다.

원 지사는 "보조금도 도민혈세인데 이것을 몇천만원, 1억, 심지어 몇십억원을 제대로 된 사전절차와 기준과 사후평가와 책임을 묻는 것 없이 관행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게 새롭게 선출된 새로운 도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명령이자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엄격한 보조금 집행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원 지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도의회에 매일 찾아가 직접 소통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일종의 강온 양면전략으로 보인다.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도청 내부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도의회와 일대 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스런 반응이 상존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사님의 발언은 원칙과 기준에 따른 보조금 예산 편성을 하라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도의회를 도발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제주도의회는 30일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고정식 행정자치위원장은 "협치를 가장한 협잡놀음을 하려하느냐"며 "도지사 스스로 정한 인사청문의 가이드라인을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이상 들러리로 전락한 인사청문은 의미가 없다"고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날 원지사의 발언은 예산편성 문제와 인사청문회 등으로 꼬인 정국을 '원칙'을 내세워 돌파하려는 정공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주도의회는 당장 11월3일부터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한다. 이후에는 정례회 예산심의가 예정됐다.  

냉랭할대로 냉랭해진 제주도와 의회의 관계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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