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8)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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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 제주의소리

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이랑주.

한국 유명 백화점 매장을 연출하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명품관을 박차고 나와 소상공인 컨설팅을 통해 쪽박 가게를 대박으로 바꾸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4일 오후 4시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의 무대에 선 이 이사장은 삶의 궤적을 바꾼 사연과 독특한 경험을 통해 얻은 자산을 학생들에게 털어놓았다.

새로운 삶의 시작은 2005년 중소기업청에서 ‘백화점 상품 진열법을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냐’며 제안한 강연이었다. 처음에 미심쩍어 하던 상인들은 그녀의 말을 듣자 곧 매출이 급상승했다.

시장 전체에도 활력이 돌 정도가 되자 ‘진열 하나로 점포 하나를 바꾸고 시장도 바꿀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묘한 성취와 강한 끌림을 느꼈다. 그 때부터 열심히 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녀의 코칭은 간단하면서도 강렬했다. 직선으로 나열한 생선을 사선으로 두니 더 생동감 있게 보였고, 원칙없이 정렬하던 이불들을 색의 온도차이로 정리하자 손님들이 더 몰렸다.

전국 800여개의 시장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계속 감소하고 쇠락했다. 너무 맘이 아팠던 그녀는 좀 더 근본적인 묘안을 찾기 위해 더 크게 일을 벌렸다. 정말 오랫동안 잘 나가는 전 세계 각지의 전통시장을 찾아다니기로 한 것.

돈 되지 않는 일을 하다 자비까지 털어 생고생을 자처한 셈이다. 그렇게 70여개국 140개 시장을 찾았다.

가장 깊은 인상을 줬던 곳은 독일 뮌헨의 빅투알리엔 시장에는 시장. 아케이드 없이 시장 중앙에 100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한 가게가 문을 닫으면 다음 상인은 반드시 기존 품목으로 장사를 해야 했다.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 있어야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눈 앞의 이익보다 전통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뭉치자 200~300년을 사랑받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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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 제주의소리

이는 단순히 상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이 이사장은 핀란드 헬싱키 하카니애미마켓의 경영철학을 스크린 위에 가득 채웠다.

‘우린 옆집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오직 스스로의 정직함과 경쟁합니다.’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야지 누군가를 특정해서 경쟁하는 것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누구처럼 되려고 하지 마세요. 대체가능할 수 없는 존재가 되세요. 영어 몇 점, 봉사점수 몇 점 이런 스펙들. 그건 ‘80점 짜리’가 되는 거에요. 대체가능한 사람인거죠. 영어를 할 거라면 이근철 강사처럼, 봉사를 한다면 여행가 한비야처럼 하세요. 탁월함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제주 청춘들에게 전해주고픈 말은 또 있었다.

“경험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낯선 세포로 갈아입고, 파괴의 달인이 되세요.”

단서를 달았다. 이런 자신만의 강점을 다른 이들과 나누라는 조언이었다. 고액 연봉을 뒤로 하고 시장 할머니, 청년기업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다웠다.

“사실 저 백화점 근무할 때 ‘시장 사람들은 열심히 안해서 돈을 못 버는 거야’ 생각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시장을 다니다 한 할머니를 알게 됐어요. 1년에 딱 3일을 쉰데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요. 그렇게 30년을 살아오신 거에요. 그제서야 깨달았죠. 나보다 더 어려움에 직면해있는 사람들을 통해 더 겸손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거에요.

자신의 강점을 타인의 아픔과 불편함을 들여다보는 데 쓰세요. 그게 곧 대박상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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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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