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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T호텔카지노 대표 등 6명 구속...대대적 단속-세무조사 예고 '파장'

시중에 떠돌던 제주지역 카지노 업체의 매출조작과 환치기 등 각종 불법에 대한 실체가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이 세무당국과 함께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주지역 카지노 업체에 대한 단속을 예고하면서 제주 관광업계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카지노 매출을 조작해 돈을 빼돌린 제주시내 T호텔카지노 대표 이모(53)씨 등 임직원 5명과 환치기 업자 박모(47)씨를 구속기소하고 또다른 환치기 업자 부모(43)씨 등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T호텔카지노 대표와 이사, 경영본부장 등 임직원 5명은 2012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매출집계서류를 조작해 매출을 누락시키는 수법으로 4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T호텔카지노 직원 명의로 주식을 100% 보유한 가짜 카지노장비대여 업체를 만들고 빼돌린 돈을 이 회사 계좌로 입금시켰다. 돈은 개인 채무를 갚거나 골프장 회원권 구입 등에 사용했다.

2012년 9월부터 2014년 6월까지는 T호텔카지노의 슬롯머신 등 비품을 회계장부상 가짜 카지노장비대여 업체 소유로 조작해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11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검찰은 매출조작으로 빼돌린 40억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상 ‘횡령’, 카지노 장비를 페이퍼컴퍼니 소유로 빼돌린 11억원은 특가법상 ‘배임’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이들은 또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7억원 상당의 비품을 구입해 재산을 은닉한 혐의(강제집행면탈)도 있다.

강제집행 면탈죄는 형법상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의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다.

카지노 업계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환치기 실체도 확인됐다. 수사기관은 카지노 업계가 정킷(Junket)과 크레딧(Credit)을 통한 불법외환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딧은 카지노를 찾은 고객의 신용을 담보로 현금 대신 칩(Chip)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킷은 카지노 내장객을 모집하는 것으로 대부분 중국 VIP 고객을 모집하는 브로커를 지칭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현금 대신 칩을 사용하는 이유는 중국법상 현지인이 2만 위안화 이상의 현금을 소지하고 해외 출국에 나설 경우 중국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환치기 업체 대표 박모(47)씨 등 3명은 중국 관광객들이 T호텔카지노에서 외상으로 게임을 하면 현지 정킷(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받고 게임 손실액 만큼 국내로 반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400위안을 현지 브로커의 계좌로 입금해 외상으로 T호텔카지노에서 칩을 받고 카지노를 하다 돈을 모두 잃었을 경우, 관광객의 돈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환치기다. 국내 환치기업자가 상품권을 매매한 것처럼 속여 국내에 돈을 반입시켜 원화로 바꾸는 이른바 '돈 세탁' 방식이다. 실제 상품권은 매매되지 않는다.

400위안의 75%인 300위안을 중국 브로커가 챙기고 나머지 25%인 100위안은 T호텔카지노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은 100위안의 일부만 회사 매출로 계산하고 나머지는 차명계좌에 넣어 횡령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T카지노에서 400위안을 잃었지만 회사 매출에서는 400위안이 아닌 돈세탁을 거친 100위안 중 차명계좌로 빠져나간 금액을 제외한 돈만 잡히는 방식이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T호텔카지노 운영 1년6개월간 매출 중 40억원의 매출 누락을 입증했지만 실제는 전체 매출액의 70% 가량이 매출집계서류에서 누락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3년 T카지노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한 매출액은 132억원이다. 검찰의 계산대로라면 92억원의 매출누락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매출액은 132억원이 아닌 224억원이다.

검찰은 상당수의 카지노가 이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누락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세무당국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며 세금 탈루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조만간 T호텔카지노를 포함 도내 8개 외국인카지노 관련 정보를 세무당국과 공유해 조세포탈 부분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 경우 세무서 차원의 세무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카지노 비리는 수사 자체가 쉽지 않다. 수표 추적 등 입증이 힘들었다”며 “카지노업체의 구조적 유착 관계로 횡령과 배임 등 고질적 관행이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지노 업체 매출액은 신고에 불과해 실제 매출액과 브로커 수익금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는 카지노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의 감독기구 설치를 추진중이다. 제도를 정비해 매출누락과 탈세를 막고 브로커를 양성화해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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