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원도심 재생 컨퍼런스...파리와 대구가 제주에 주는 교훈은?

프랑스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객원교수로 활동했던 사회학자 정수복이 원도심 재생이 곧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원도심 재생이 제대로 된 민관 거버넌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회장 고영림)가 15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연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외부의 시선으로 제주 원도심 문제를 조명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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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사회학자 정수복. ⓒ 제주의소리

# ‘고유한 기억의 공간’ 있어야 삶의 질 높아진다 

사회학자인 정수복 작가는 도시만의 고유한 장소성을 지닌 공간이 많아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오랜 시간 머물렀던 파리를 대표적인 예로 제시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논의도 언급했다. 오제는 고유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장소(lieu)’, 어느 도시에 가나 똑같이 있는 획일적인 공간을 ‘비장소(non-lieu)’로 구분했다.

‘장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공간과의 대화가 이뤄지지만 ‘비장소’는 무관심한 단절감만을 느끼게 한다는 것. ‘장소’는 없고 오로지 기능적인 ‘비장소’만 즐비한 곳에 살다보면 삶이 삭막하고 각박해진다는 지적이다.

정 작가는 “누적된 시간을 가진 기억의 ‘장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도시 안의 사람들의 삶의 질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며 “제주가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장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0년 만에 다시 온 제주는 그 때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건물과 박물관, 관광지가 많아졌지만 왜 그 때만 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새 건물이 많고 휘향찬란한 것보다, 낡고 허술한 것 같지만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곳이 살기 좋은 도시”라며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살리는 게 곧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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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오성희 대구 중구청 근대골목담당. ⓒ 제주의소리

# 제대로 된 민관거버넌스, 골목길에 50만 관광객 불러오다

관광의 불모지에서 한국 도심관광의 중심지로 떠오른 대구 중구의 사례는 제주에 다양한 시사점을 줬다.

대구 중구는 원도심에 대한 대규모 개발 대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했고 영남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999개 골목에 소재한 47개의 문화재를 중심으로 엮다보니 자연스레 매력적인 콘텐츠를 얻게 됐다. 방치돼 있던 근대역사문화자원을 엮어서 지역을 몇 년 사이 크게 바꿔놓은 것.

오성희 주무관은 “문화재 자체가 가진 이야기를 꺼내보니 전국 어디에도 없는 대구만의 스토리가 생겼다”며 “장소성을 반영한 섹터를 구축하고, 인물과 스토리를 네트워크처럼 연결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2008년 287명에 불과했던 근대골목투어에는 올해 53만명이 넘게 참여했고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100선,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오 주무관은 대구의 사례가 ‘민관 거버넌스’의 성공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행정은 골목길 복원에 일부 사유지가 해당되자 국유지를 대신 내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원도심 재생을 추진했다.

그는 “처음 시민단체가 열악하게 시작한 것이 행정이 더해지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며 “대구 중구 골목의 성공비결은 민간 7년, 관공서 7년씩 이어 지속적으로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주무관은 제주 원도심에서 문화카페 왓집이 시도하는 다양한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들을 언급하며 “이처럼 다양한 민간의 활동들에 행정이 약간의 힘만 실어주면 일이 참 수월하게 풀리게 된다”고 다시 한 번 행정의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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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컨퍼런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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