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겸 제주도여행학교 대표, 연재 ‘중산간을 걷다’를 시작하며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서울을 벗어나 4년 전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선생님으로 변신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더 주목할만한 건 제주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다. 스쳐지나 가듯 평범하게만 보였던 ‘중산간’이 그에겐 보물덩어리였다. 앞으로 <제주의소리>에 ‘제주 중산간을 걷다’ 연재를 시작할 이겸 작가에 대한 얘기다. 중산간이 품은 풍성한 이야기들이 그의 시선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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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겸 제주도여행학교·여행과치유 대표. 그를 만난 곳은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메종블뢰'. 사진과 그림 등 예술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전부터 기부와 나눔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제주에서도 결식아동을 위한 여행강좌 운영, 제주아동후원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 등 따뜻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도여행학교와 여행과치유 대표인 이겸 작가는 월간 ‘샘이 깊은 물’, ‘한국화보’, ‘SEOUL’ 등에서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를 거쳤다. ‘가고 싶은 만큼 가고, 쉬고 싶을 때 쉬어라’를 비롯해 10권이 넘는 책을 냈고 10차례의 개인초대전과 일본과 미국 단체전을 넘나들었다.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작가이자 사진을 매개로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아동 돕기에 나섰던 ‘사진기를 든 순례자’였다. 아내는 유명 매거진의 편집장이었다.

(평일 오후 제주 애월 곽지에 위치한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의 공간 ‘메종블뢰’에서 그를 만났다.)

중앙과 변방으로 구분된 제도적인 감성 속에서 제주살이를 택한 이주민들에게는 늘 똑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왜 제주에 왔냐’는 물음이다. 이겸 작가에게도 이 투박한 질문을 건넸다.

그는 딱 잘라 ‘내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활’이 아니라 ‘삶’이라고 분명히 구분지었다.

“현대인의 삶은 하루 중 직업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그게 자기 생활의 방편이지 삶은 아니라는 거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직장인이라는 생활을 자기 삶으로 여기고 살아갑니다. 태어나서 ‘나’로서 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따져보면 많지 않아요.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간 대신 돈 버는 데 쓰는 시간, 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 그 시간이 ‘생활’이라고 생각하지 ‘삶’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러다보니 서울 도시 생활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졌죠. ‘내가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직업적인 성장이 아닌 나로서, 존재로서 내가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 따져보니 그 대안이나 비전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10년 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잠시 머물까 고민하기도 하다가 서울로 돌아갔고, 다시 4년전 제주로 왔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한 사찰에서 7개월을 지냈고, 이후 아내와 아이까지 제주살이에 합류했다.

정말 근본적인 ‘자신의 성장’을 찾아 향한 섬. 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구조로까지 연결됐다.

“삶이란 건 살아보니까 자기 각자의 방법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아이가 태어나서 제도권에서 교육을 받고 취직하고 애 낳고... 이런 게 모두 제도권 시스템에서 다 해결되지 않아요.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한 발 물어나서 사는 방법도 많고, 그런 경우가 행복의 만족도가 참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그가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묻는 것이 생소할 법하다. 그가 이렇게 ‘나’와 ‘존재’에 대해 묻는 것은 그가 사진작가인 것과 무관치 않다.

“사진은 항상 진리를 추구합니다. 근본적인 걸 항상 물어봐요. 돌이나 나무를 찍으면 ‘너는 왜 나무로 태어났냐’고 묻는 게 사진가에요. 그걸 나에게로 돌리면 ‘나는 왜 태어났지, 나는 나로 살고있나’ 묻는거죠. 제도권 시스템 하에서 그렇게 살려고 태어났나,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다 같은 제도권의 과정을 밟아가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길 필요는 없어요. 내 아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그 시스템을 따라가서 개인적 성장을 이루기엔 부족해요”

▲ 이겸 제주도여행학교·여행과치유 대표. ⓒ 제주의소리

그의 눈에 비친 중산간은 ‘공개된 보물’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은 누구에게나 각광을 받지만 그의 예리한 시선에 이 공간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중산간은 제주에 공개된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공개돼 있어서 사람들이 보물인지 아직 모르는 거 같아요. 제주의 문화적 정신적 아이콘이 중산간에 있어요. 해안가나 도심이 관광지로서 개발이 다 됐다면, 중산간 같은 경우엔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다 보니 그런 게 제대로 들어오지 못해요. 중산간을 ‘제주답게’ 하는 요인입니다. 중산간은 제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돼 있죠. 중산간은 아직까지는 그런 차원에서 아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렇게 경제논리로 해결되지 않는 무엇, 그것이 중산간에 있단 말입니다. 중산간이 자꾸 개발되는 건 그 가치를 남겨두지 않고 아예 말살시켜버리는 거에요”

중산간에 제주도민의 정서와 삶을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설명이었다.

화제를 돌려 또 투박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계속 제주에서 살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제주 토착민이 이주민에게 ‘제주사람이세요?’와 함께 묻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그는 웃으며 “정말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이 작가와 기자는 ‘왜 제주사람들은 외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할까?’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는 경험과 직관을 통해 나름대로 명쾌한 답을 내렸다. 제주와 대한민국을 서로 분리된 ‘국가’로 보는 정서가 있다는 것.

“외국에 가면 그런 질문(어디 사람이냐, 여기서 계속 살거냐)을 많이 받아요. 또 그걸 당연하게 여겨요. 그런데 여기선 왜 그 질문을 당연하게 안 여기냐 하면, 여기가 내 나라, 대한민국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주 분들은 은연중에 다르다는 게 몸에 배어있는거죠. 제주국과 대한민국이 따로 있는 거 같아요(웃음)...그래서 제주도가 매력있는거에요”

대화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한참 이어졌다. 제주에 대문, 거지, 도둑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생각, 공동체와 괸당 문화 그리고 익명성, 제주 이주민 등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마치 세상을 면밀하게 탐구하는 명민한 관찰자 같은 인상을 줬다. 그가 앞으로 [제주의소리]를 통해 보여줄 제주 중산간 이야기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 이겸 제주도여행학교·여행과치유 대표. ⓒ 제주의소리


이겸은 누구?

여행과치유 대표. 제주도여행학교 대표. 한국사진치료학회 수퍼바이저. 아동후원 비영리단체 '밝은 벗' 대표. 사진가이며 작가. 올해로 마흔 여섯. '가고 싶은 만큼 가고, 쉬고 싶을 때 쉬어라', '메구스타 쿠바', '돌에 새긴 희망, 미륵을 찾아서' 등 10여권의 책을 썼다. 월간‘샘이 깊은 물’ , 월간'한국화보','SEOUL'의 사진 및 취재기자였다. KODAK PHOTO SALON, SAMSUNG PHOTO GALLERY, DURU GALLERY, '더딘 대화, 경주' 사진갤러리 류가헌 등에서 열 번의 개인초대전을, '아시아의 젊은 사진가 20인전'(나라 국립미술관, 일본), '남가주 사진가협회전'(LA 한국문화원,미국) 등 단체전에도 참가했다.

여행과치유 카페(http://cafe.naver.com/megustajeju)에서 그와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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