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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관광과경영경제연구소, ‘정부서비스산업 제주도 대응’ 심포지엄 ‘편파’ 

‘뇌관’에 빗댈만한 예민한 제주현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카지노 산업 육성, 한라산 케이블카 재논의, 투자이민제도 규제완화,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추진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은 것들이다. 

개방화와 규제완화 측면에서 제주도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관광인프라 확대를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은 물론, 관광분야에선 복합리조트와 카지노시설에 대한 긍정적 접근과 신속한 인허가 절차, 친환경 한라산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전향적 검토, 투자이민제 경쟁력 강화, 해외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 야외형 쇼핑아웃렛 쇼핑몰 사업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한꺼번에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대학교 관광과 경영경제연구소(소장 최용복,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후원으로 21일 오후 2시30분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정부의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정책과 제주도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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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도정, 정부정책 역행?

이날 심포지엄에선 정부의 유망서비스산업 육성정책과 개방·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원희룡 제주도정이 역행하고 있다는 직접적 비판과 대응방안이 부족하다는 간접적 비판까지 잇따라 제기됐지만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정책 기조만을 강조하고, 제주의 난개발과 무분별한 투자유치에 대한 대안이 고민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관광·콘텐츠, 보건·의료,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를 6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135개의 정책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6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 이후 소관부처별로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제주도 차원의 대응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정부의 유망서비스산업 육성정책과 제주도 대응방안'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최용복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이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에 대한 면밀한 진단을 통해 제주자치도의 합리적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의 관광분야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제주도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인허가 신속지원을 지목한 복합리조트 사업인 제주신화역사공원은 카지노사업과 관련해 진행이 부진한 상태이고,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는 2010년 이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또한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대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와는 달리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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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감독' 말고 '지원'하라고?

제주신화역사공원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중국부동산개발회사인 란딩그룹과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자인 겐팅 싱가포르가 합작해 만든 ‘람정제주개발’이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에 ‘리조트월드 제주’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복합리조트의 주 수입원인 카지노 사업을 카지노의 ‘카’자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사업자체를 꽁꽁 숨겨오다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카지노 시설 운영여부에 대한 분명한 명시요구로 지난 달 카지노사업 운영계획을 뒤늦게 ‘실토’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바 있다. 
 
현재 제주도는 카지노산업을 국제적 수준의 투명하고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리·감독기구가 시급하다고 보고 도내 카지노의 실태조사연구와 공론화를 거쳐 허가와 양도·양수, 갱신, 종사자 면허발급 및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카지노 관리감독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엄에선 이같은 제주도정의 카지노 정책에 대해 최 교수가 “행정지원 차원이 아닌 행정 규제강화 측면으로 가면서 다른 개발사업까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아직 가칭인 ‘제주도 카지노 관리감독기구’ 명칭에서 ‘감독’이란 표현에 대해서까지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가 한국형 복합리조트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Casino Regulatory Authority of Singapore’라는 ‘싱가포르 카지노 규제청’을 운영하고 있다. 최 교수의 주장과 달리 싱가포르 역시 'Regulatory Authority'이라고 명명해 분명하게 카지노의 ‘규제기관’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카지노의 경제적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엄중한 감독과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적으로 미칠 역기능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승익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도 이날 토론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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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리조트 모델 '싱가포르' 우리와 다르다

특히 복합카지노의 경제적 효과에만 열을 올리는 것도 문제다. 정부(문광부)는 배재대 연구팀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복합리조트 관련 경제효과’를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보고서는 2015년 국내에 싱가포르 모델 같은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고 가정할 경우 7조6천억원의 생산효과와 5만4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것이 ‘싱가포르 모델’이라는 전제다.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외국인·내국인 가리지 않는 ‘오픈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도박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우려해 공공기관인 강원랜드만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복합리조트가 누리는 화려한 경제효과를 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외국 카지노 자본이 들어오면 정부도 결국 오픈 카지노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픈카지노를 규제하는 건 현재 우리나라와 베트남 정도다. 그렇기에 미국·중국 등 외국카지노 사업자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불공정 관행을 이유로 정부에 카지노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거셀 것이란 점이다.  

 반세기 찬반 소모논쟁 한라산 케이블카, 다시 '만지작' 

196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설치 찬·반을 놓고 도민사회 갈등을 불러왔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라산 케이블카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이슈로, 가장 최근에는 2005년 환경부 설치기준에 부딪혀 당시 김태환 도정이 ‘논의 종식’을 선언한바 있고, 김태환 도정은 다시 3년 뒤인 2008년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한라산 로프웨이(케이블카) 타당성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각계분야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TF팀은 국내외 사례 및 현지조사를 통해 환경·경제·사회분야로 면밀히 검토한 끝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렇게 한라산케이블카 논의가 종결된지 불과 6년이 지나지 않는다. 

이날 최 교수는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지원으로 전국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한라산 케이블카 추진여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매년 증가하는 한라산 관광객의 분산과 장기적으로는 환경관리라는 측면을 고려하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노약자 등에게 한라산 등반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문제는 그동안 케이블카 설치가 한라산과 제주사회에 미칠 사회적 영향, 경제적 영향,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수차례 연구·논의된 끝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임에도 ‘친환경’이란 수식어만 붙여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는 제주도민 찬·반 여론을 떠나, 도민공감대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논의자체를 봉쇄해선 안된다”며 “친환경 한라산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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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완화 목소리 일색, 제식구 '편파·일방' 토론

최 교수는 이밖에도 난개발·경관훼손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강화하기 위해 손질을 준비 중인 제주도의 정책추진을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이념인 개방과 규제완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투자이민제’의 기준을 현행 유지하거나 투자한도와 기간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서두르며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1호로 유치하려던 중국의 ‘싼얼병원’이 설립승인 자격을 갖추지 못해 무산되면서 ‘졸속’ 논란이 일었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문제에 대해서도 ‘기회’만을 강조하며 제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요구했다.    

그 외에도 해외명문대 유치 필요성, 관광객 소비촉진과 경제규모 성장을 위한 쇼핑아웃렛 조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표적이 된 '제주도'의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토론에서 "현재 제주도의 서비스산업 정책은 단순히 규제강화에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신화역사공원(리조트월드제주) 사업의 경우 기존 테마에서 벗어난 호텔과 분양콘도 등 숙박시설 중심으로 가는 것을 조정하고 있고, 카지노 역시 국제기준에 맞는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매출이 곧 수익인 카지노 사업의 상당수 수익이 밖으로 빠져나가 제주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을 지켜본 A씨(연동)는 “이날 심포지엄의 주장은 이제 카지노니 케이블카니 하는 것들이 예전과 달리 지형이 많이 변해서 재논의해야할 시점 아닌가 하는 점을 제주사회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미 도민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사안에 따라선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충분하지 못한 근거를 들며 서비스산업 육성이란 명분아래 예민한 사안을 죄다 끌어다 모은 상식을 벗어난 심포지엄”이라고 일갈했다. 

 
관광경영학 박사인 K씨(연동)도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한국형 복합리조트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의 복합리조트 설치는 모두 ‘국제공모’에 의해 사업자가 결정된다”며 “현재 제주도에서 복합리조트사업을 하겠다는 ‘리조트월드 제주’(신화역사공원)나 ‘드림타워’의 경우 국제공모가 아닌 사업자간 이해관계로 계약이 이미 성사된 상태에서 공개돼 사전 공모과정을 통해 도민의 이익을 담보할 수 없음에도 이번 토론회는 이런 점이 간과된 일방적 편향적 토론회”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심포지엄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후원으로 마련됐고,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JDC의 전 이사장을 지낸 김경택 전 정무부지사가 토론회 좌장을, 현직 JDC 임원인 양창윤 기획본부장까지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또한 제주도관광협회 출신으로 재선의원인 김희현 제주도의원, 김형길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 오승익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 등도 지정토론자로 참여했지만 이미 균형감을 상실한 편파적·일방적 토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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