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EF2014] (2) 사회적경제,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현장으로 들어가야"

지난 17~19일 서울시청에서는 2014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창립총회 및 기념포럼(GSEF2014)이 열렸다. 20개 사회적경제 혁신도시 대표와 40개 민간기관의 대표가 참여해 사회적경제를 통한 도시혁신과 지역성장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관련 지자체 담당자, 학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20일에는 GSEF2014 제주지역 포럼도 진행됐다. GSEF2014는 사회적경제가 탄탄히 자리 잡은 세계 각지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계기도 됐다. [제주의소리]는 포럼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여기서의 논의들이 제주 지역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두 차례로 나눠 짚어봤다. [편집자 주]

▲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GSEF2014 폐막식. ⓒ 제주의소리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의 '판'을 깔아주기 위한 역할을 본격화 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역임한 정태인 박사(칼폴라니 연구소 창립준비위원)는 “인프라가 갖춰지면 그 위에 협동조합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게 없다. 처음 협동조합을 시작해서 어디서 뭘 해야 하는지, 어딜 찾아가면 펀드를 받을 수 있는지, 누구와 컨설팅 하는 게 좋은 지, 기본적인 자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바스크의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바스크 지방에는 인큐베이팅을 위한 제도가 자리잡혀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중간조직 등을 통해 전략과 사업 방법 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EF2014 ‘지방정부와 사회적 경제’ 세션에 참석한 후안 마리아 아부르토(Juan Maria Abirto Rique) 바스크 주정부 고용사회정책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사람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경우에, 또 재정적인 자원이 부족한 경우에, 경영전략이나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는 경우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손쉽게 사회적경제 기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이 같은 방향성을 제대로 읽어낸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들도 있다.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서울시 내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가속화됐다.

서울시 도봉구는 ‘△시민들에게 사회적경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참여의 폭 넓히는 교육 지속적 실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창업하고 초기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 △지방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정착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 한다는 세 가지 큰 원칙을 가지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도봉구는 사회적경제 허브센터를 설치하고 민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 지원단을 만들었다. 또 서울시 용산구는 민간 사회적기업가 육성기관과 MOU를 체결해 사회적경제 창업보육육성기관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이처럼 ‘생태계 조성’이 기본이라는 게 GSEF2014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19일 열린 GSEF2014 '지방정부의 역할' 세션. 왼쪽에서 세번째가 '후안 마리아 아부르토' 바스코 주정부 고용사회정책부 장관. ⓒ 제주의소리

하나 더 있다. 이 과정에서는 ‘민관 거버넌스’가 충실하게 수반돼야 한다는 것.

일본 마을만들기의 효시로 알려진 세타가야에서는 민관합자 기구인 마을만들기센터와 트러스트, 펀드 설립을 통해 ‘주민과 행정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파리의 ‘세마이스트’는 지자체가 총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도시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준 공공회사다. 민간이 함께 투자해 만든 지역개발회사로 낙후된 건물이나 빈집, 버려졌던 공간들을 지역 소상공인들의 가게나 예술가들의 공예품점으로 변신시켰다. 이 과정에서 파리시는 세마이스트에 공공주택 선매권 제공과 장기임대 지원 등의 행정적 지원을 베풀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행에 앞서 지역사회에 있는 지자체는 물론 사회적경제조직, 주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한 자리에서 모으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스크 지방에는 ‘협동조합 연맹’이라는 상위 모임이 있다. 7개의 협동조합 연합과 3개의 지역대학, 지자체에서도 참석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것이다.

후안 마리아 아부르트 장관은 ‘민관거버넌스’의 출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질적인 지방으로,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책이 결정되는 자리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사회적경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과 활동과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20일 열린 GSEF2014 제주지역 포럼에서 마거릿 멘델 콘코디아 대학 교수(왼쪽)과 낸시 님탄 샹티에 CEO(오른쪽)가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제주의소리

이은애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GSEF 마지막 날인 19일 ‘지방정부와 사회적 경제’ 세션에서 ‘불신’에 대해 언급했다. 전날 정태인 박사가 지적한 ‘신뢰의 필요성’과도 연결되는 내용이다. 이 센터장이 말하는 ‘신뢰’는 사회적경제 주체들 간의 협동 뿐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축은 ‘민관 거버넌스’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공공(지자체) 간의 상호 불신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그 동안 공공과 함께 어떤 문제에 원인을 함께 분석하면서 함께 대안을 마련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공공 역시도 정보나 자원의 불균형성을 보이는 시민사회, 사회적경제조직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는 것인가’ 이해가 축적될 기회가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는 그 동안 ‘청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많이 듣고, 상호 공동의 학습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인재개발원에서도 사회적경제에 대해 기본교육 받게 됐다. 이런 변화들이 공동의 이해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20일 제주에서 열린 GSEF 지역포럼에 참석한 낸시 님탄 샹티에(Chantier)의 CEO의 말은 지자체가 사회적경제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시작할지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 협의회를 통해 정부가 아닌 지역에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 사회적경제조직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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