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연구회 학술·문화의 밤...“이어도, 뜨겁게 노래하고 냉철하게 고민해야”

▲ 27일 열린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 축사와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 제주의소리

문화예술인들과 학자들이 모여 첨예한 외교의 장이자 제주도민의 이상향인 ‘이어도’의 가치와 정체성을 논했다.

이어도연구회(이사장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는 27일 오후 제주칼호텔에서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을 개최했다.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제주도민에게 이어도는 수중암초 그 이상”이라며 “웅장한 위용의 해양과학기지가 뿌리내린 이어도는 우리 해양영토의 상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 이사장은 “학술로서의 이어도와 문화로서의 이어도를 한 자리에서 느끼고, 뜨거운 가슴으로 이어도를 노래하고 냉철한 머리로는 이어도 주권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이어도 경계획정을 하는데 논리적 근거와 범국민적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왜 이어도가 대한민국 관할권에 있어야 하는 지 논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이어도연구회가 진행해온 학술연구가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와의 외교협상에서 중요한 건 단합된 힘”이라며 “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의견이 분분하면 외교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도연구회는 앞으로도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학술연구와 국민 대상 이어도 교육과 홍보 등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의 설명대로 이 날 패널들은 역사, 외교, 정치,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토론을 벌였다.

▲ 27일 열린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 발표를 하고 있는 송성대 제주대 명예교수. ⓒ 제주의소리

이어도는 환상? 실재?

이어도 정체성 규명에 대한 논쟁은 이 날도 이어졌다.

송성대 제주대 명예교수(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는 “전설은 사실(fact)과 꾸며진 이야기(fiction)가 합쳐진 팩션이다. 이어도라는 섬은 실재하는 섬과 상상 속의 섬 두 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어도라는 하나의 사물에 대한 존재 인식의 결과가 팩트(이어도)이고, 당위적 인식이 픽션(이어도토피아)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도는 이어도 설화의 오브제로 이용된 ‘아날로곤’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날로곤(analogon)은 창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상 속의 어떤 것을 드러내기 위해 매개로 사용되는 물체를 말한다.

이에 대해 하순애 제주대 외래교수는 “상상을 일으킬만한 구체적 존재가 있다고 해서 그것으로부터 도출된 상상의 존재가 실재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어도가 실재한다고 보는 건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소설가 한림화는 “우리 속에 집단 무의식으로 존재하는 이어도는 매우 확실하다”며 “제주도민의 의식세계에 내재돼 있는 이어도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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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 ⓒ 제주의소리

‘이어도의 날’ 조례 어떻게?

이 날 토론에서는 작년 제주도의회에서 본회의 상정 보류된 ‘이어도의 날 조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당시 의회는 외교적 마찰 등을 우려한 제주도와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상정을 보류했다.

축사에서 박규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는 “이어도연구회가 다양한 학술연구활동을 통해 도의회에서 조례가 제정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에 참가한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일도2동 을)은 “앞으로 조례를 만드는 데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며 “이번엔 잘 다듬고 도민들이 힘을 합쳐서 조례를 통과시켜야 되지 않는가”라고 관심을 유도했다.

반면 강근형 제주대 교수는 일본 시네마현이 독도에 대해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한 사례를 들며 “이어도의 날 조례가 한중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에서 뭐라 하든 현재 (대한민국이)이어도를 실효적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기적으로 조금 나중에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치열한 토론 뒤에는 이어도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의 장도 펼쳐졌다.

양금희 작가의 이어도 영상 상영, 김향심의 시낭송, 박웅 제주대 교수의 독창, 가수 김국환의 무대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이어도’를, 김국환은 ‘이어도가 답하기를’을 부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참석자들의 박수와 앵콜 요청이 쏟아졌다.

▲ 27일 열린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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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학술·문화의 밤’에서 ‘이어도가 답하기를’을 열창하고 있는 김국환.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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