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조형물 공모 당선작도 한국미협 조각분과 임원
市 "심사위원장, 동생작품 안찍었다"…사실과 달라 '해명 무색'
제주시 5억대 상징조형물 공모에 대한 심사결과의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한국미술협회측의 심사위원이 대부분 임원이거나 같은 조각분과위원으로 밝혀져 특정작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선작 수상자가 같은 한국미협 조각분과 임원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미협 임원이 같은 식구의 작품을 심사한 꼴이 된 것 아니냐는 자조가 미술계 안팎에서 나오면서 의혹이 중폭되고 있다.
더욱이 심사위원 15명 가운데 홍익대 출신은 모두 4명인데다 공교롭게도 1, 2, 3위 당선작품 모두 홍익대 출신 작품인 것도 의혹을 부르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형적인 심사위의 구성으로 인해 특정단체 및 특정대학 출신자의 공모작에 표가 몰리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심사과정에서 당선작 선정에도 충분히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협 심사위.당선자 모두 '한 집 식구'…1, 2 ,3위 '특정대' 출신도 '도마'
심사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
상징조형물 심사결과 특정단체 및 특정대 출신 공모자에 특정단체의 심의위원의 점수가 많이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제주시부시장을 제외하고 지난 9일 심사에 참여한 14명의 심사위원이 작성한 투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아래 투표결과 참조) 심사위원마다 5개 작품 선정...총 4차 심사까지 진행 이번 작품 선정 방식은 심사위원마다 5개 작품을 선정(1점)해 그 합산점수를 토대로 하나씩 추려내는 투표제 방식. 1차 심사 결과 22개 작품 중 9개 작품, 2차 심사 결과 9개 중 3개 작품, 3차 심사에서 당선작을 결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4차 심사는 당선작 1개를 제외한 2개 작품에 대해 최종 우수작과 가작을 선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결과 한국미협이 추천한 6명의 심사위원과 다른 위원 8명의 심사위원이 작품을 선택한 결과가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국미협 위원 vs 기타 심사위원 '현격한 시각 차' 미협측, 특정단체. 대학 출신 작품에 '표 집중' 실제 1차심사에서 미협측 심사위원 6명은 당선작에 모두 표를 던진데 비해 나머지 8명 위원에서는 단 2명 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우수작 역시 한국미협측 심사위원 5명이 선택한데 비해 다른 심의위원은 2명에 그쳤다. 한 심사위원은 "1차 심사 투표가 이후 이어질 후속심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수작 공모 당사자가 동생인 사실은 심사 이후에 알았다"는 김경화 심사위원장은 1, 2차 채점과 4차때 모두 동생의 우수작에 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도내 미술인은 "작품 스타일만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꼭 집어내는게 미술계의 특성"이라며 "아무리 익명심사를 벌였다 하더라도 '눈짓' 하나만으로 원하는 특정작품을 꼽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상징조형물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은 (사)한국미술협회 6명을 포함해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탐미협) 1명, 제주대 2명, 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 1명, 역사·관광 분야 2명, 행정가 3명 등 각계 분야에서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제주시는 한국미협측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한국미협측이 선정한 6명의 심사위원을 배정받았다.
제주대 교수 '자문위원'과 '심사위원' 중복 논란
하지만 이 가운데 상징조형물 건립 자문위원으로 있는 제주대 김방희 교수(서울미협 조각분과위원장)가 유일하게 포함돼 심사위원 선정에서도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김교수는 한국미협 회원이다.
도내 미술인들은 "자문위원이 심사선정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다시 맡는 것은 문제"라며 "조각 전공자로서는 당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 민미협 출신은 1명인데, 한국미협은 6명으로 편중돼 있는데다 미협측 심사위원이 대부분 현직 이사, 자문위원 및 분과위원이거나 서울미협의 조각분과위원장 및 상임이사 등으로 밝혀져 심사위 구성상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화 심사위원장(공주대 교수) 역시 한국미협 임원을 지내 현재 자문위원을 맡도 있으며 조각계에선 널리 알려져있다.
더욱이 당선작(1위)으로 선정된 박 모씨(46)는 현재 심사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홍익조각회 회원인데다, 한국미협 조각분과 이사로 확인돼 이래저래 오해를 받을 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사 채점표' 분석 결과....'채점' 편중 현상 드러나
이와관련 일부 심사위원은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일치한 것일 뿐"이라며 "저마다 갖고 있는 조형성 선택기준을 어떻게 일일히 평가할 수 있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선작품의 채점표에는 미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심사위원장 김경화 공주대 교수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공모에 동생이 나왔는지 안나왔는지도 몰랐다. 심사 현장에서 발표할 때 알았다"며 "제주시에서 이틀 전날 심사위원에 위촉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동생이지만 현직 교수(교원대)인데다 객관적으로 조각계에서 경력이 제일 좋다"며 "동생은 형의 입장에 따라 사는 사람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1차, 2차, 4차 채점때 동생의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우수작 선정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장 "동생 참가조차 몰랐다"... 1,2,4차 등 세번에 걸쳐 '동생작품' 낙점
당선작과 우수작, 가작 모두 공교롭게 홍대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작품들을 보면 대한민국 현역 작가들 중에서 60%가 홍익대 출신, 10%가 서울대 출신이다. 나머지 20% 작가가 기타대학 출신이다. 이번에 당선된 작가 모두 내노라하는 작가들이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 방희 제주대 교수는 "공공미술품은 안전성과 보존성이 중요한데 오히려 가작에 대해서는 이 부분에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라며 "심사위원장도 그날 나이에 따른 예우차원에서 위원장이 된 것일 뿐 본인 스스로도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우수작은 심사 선정을 취소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제주도 작가들이 7점을 제출했는데 모두 제주대학 출신이었다. 이 것도 당시에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한국미협측 외 다른 심사위원은 "사실상 상당수 심의위원이 선정된 작품과 미협측 조각가 위원들이 선택한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며 "작품 선택에 따른 종합점수제 였기 때문에 한쪽에 몰표를 던지면 자연히 선정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제주시 "심사결과 번복 또는 재심사 없을 것" 해명
현상 공모를 주관한 좌재순 제주시 총무과장은 14일 오전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과정을 설명하며 "심사위원장의 친동생 작품이 우수작에 뽑힌 것은 맞지만 그 과정과 절차에 있어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장 선출도 심사위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호선을 통해 명망과 나이가 있는 김경화 교수를 선출했고 접수된 작품도 심사 당일 시민회관에서 처음 공개했다"며 "심사당시도 작품에 출품자의 이름이 없이 단지 A, B, C, D라고만 표시하는 등 심사위원도 출품자들의 이름을 알 수 없도록 했다"며 의혹이 있을 수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제주시 "심사위원장, 동생작품 점수 없었다"....확인 결과 '거짓' 드러나
또 제주시는 "당시 현장에는 15명의 심사위원, 관계자 10명 등 모두 25명이 현장 심사과정을 지켜봤다"며 "작품도 현장에서 공개했다. 이름도 붙지않았다. 당선작으로 결정됐을 때 맨 나중에 심사위원장과 우수작 공모작가가 형.아우가 된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세번째 심사가 끝난 후 "당선작:우수작:가작에 대한 채점이 12:1:1 표가 됐을 때야 확인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주시는 "의혹이 제기된후 다시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장은 동생의 작품에 점수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채점표 확인결과 1, 2, 4차 심사에서 점수를 준것으로 확인돼 제주시의 '당선작 및 문제작 감싸기' 논란도 일 전망이다.
더욱이 이날 심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반까지 무려 하루동안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작품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특정인의 작품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 이번 당선작을 포함한 우수작 선정을 둘러싼 의혹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협 제주지부 "미술계 차원의 공동대응 모색"...의혹 증폭
이와관련 한국미술협회 제주지부 한 회원은 "도내 미술계 차원에서 공동성명 준비 등 공식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심사위원 구성 등을 볼때 '우연'으로 보기엔 매우 중대하고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른 회원은 "적어도 조형물의 상징성을 생각했을 때 작품 선정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며 "당선작 경우 특색이 없이 너무나 평범하고 흔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회원으로부터는 "우수작 경우 조형적으로 봐도 식상하다"며 "발상자체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형적으로 산만하고 핵심이 없는 작품으로 보인다"는 평도 이어졌다.
결국 제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면서 공모 결과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