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억 들여 ‘경계구분’ 첫 용역...재산권 맞물려 민원 폭주 가능성 ‘부담백배’  

용암활동이 빚은 제주의 독특한 화산지형을 일컫는 곶자왈. 언제부턴가 ‘생태계의 보고(寶庫)’ 또는 ‘제주의 허파’로 불리면서 파헤쳐서는 안될 일종의 성스런 존재로 각인됐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개념이 정립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더구나 일대를 가리켜 곶자왈로 지목하면서도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곶자왈인지 경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대략적인 분포도 정도만 있을 뿐이다. 법적으로 고시(告示)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이같은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야심찬 시도를 준비했다. 보존할 곳은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제주도는 내년에 지적(地籍) 예산 7억원을 들여 전역의 곶자왈을 대상으로 경계를 짓기위한 용역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새해 예산안이 부결되긴 했으나, 의회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 예산이어서 깎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계 구분 작업은 지정 고시를 위한 사전 절차다. 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주민공람 및 이의 신청, 도의회 동의를 거쳐 2016년말 쯤 지정 고시가 가능할 것으로 제주도는 전망했다. 2016년말이면 GIS(지리정보시스템) 재정비 시점과 맞물린다.

그후 곶자왈 기본계획 수립, 사유지 매입 등의 절차를 밟는다는게 제주도의 로드맵이다. 올해 4월 제정된 ‘곶자왈 보전 및 관리조례’에 보면 곶자왈 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도록 됐다.

문제는 자신의 토지가 곶자왈로 지정되느냐 제외되느냐를 놓고 토지주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곶자왈로 지정 고시되는 순간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각종 공부(公簿)에도 ‘주거’ ‘상업’ ‘공업’ ‘녹지지역’ 처럼 '곶자왈'로 등재된다. 

제주도 역시 이 지점에서 엄청난 민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한마디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전체 곶자왈 중 사유지는 약 40%에 이른다. 대개 곶자왈을 끼고있는 마을공동목장의 경우가 난제 중의 난제다.

한편으로는 작업이 난항을 겪더라도 지정 고시가 이뤄지고 나면 보전 대상 등을 둘러싼 혼란은 단박에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그 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곶자왈을 핵심지역으로 올린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 요구 정도에 따라 핵심지역, 확충지역, 전이지역으로 나뉜다. 지금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귀포 문섬, 섶섬, 범섬 일대만 핵심지역으로 등록됐다. 곶자왈은 일부만 전이지역에 포함됐다. 

생물권보전지역 추가 지정은 원희룡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공약에는 그 시점이 2018년까지로 잡혀있다.

한편 도청 내부에선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과 관련해 GIS상의 지하수, 경관, 생태계 보전지구 외에 ‘곶자왈 지구’를 추가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으나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도청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조례에 근거한 곶자왈이 지정 고시되면 굳이 GIS에 곶자왈 지구를 추가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법리상으로도 맞지않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미 곶자왈 마다 각각의 보전등급이 설정돼 있는데다, 곶자왈 지구를 새로 만든다면 오름 등은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존 GIS에 곶자왈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아니면 곶자왈 지구를 새로 만들지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는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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