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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주도 심의위원도 공무원' 판단...재판소원은 헌재서 진행중

준공무원 뇌물죄 적용으로 제주대학교에서 파면되자 소송을 제기한 이른바 ‘재판소원’ 교수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허명욱 부장판사)는 제주대 전 교수인 남모(57)씨가 대학에서 내린 파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남씨는 2003년 2월부터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재해분과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던 중 2005년 모 골프장 전무이사로부터 재해영향평가 용역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듬해에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 직무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돈을 받는 등 6차례에 걸쳐 3억1450만원을 받아 이중 1억5265만원을 뇌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11월25일 당시 제주지법은 남씨의 도청 심의위원 활동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와 관련돼 ‘준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며 뇌물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다.

제주대는 1심 선고가 나자 2011년 4월4일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와 제61조 청렴의무 규정에 위배된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결정을 내렸다.

남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본업은 대학교수며 심의위원을 공무원으로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공무원을 전제로 한 뇌물죄는 잘못됐고 이를 근거로 한 처분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규정상 심의위원을 공무원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업무의 성격과 공정성 등에 비춰 사회적 신뢰보호 가치가 있다면 공무원으로 봐야한다”며 남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씨는 행정소송과 별도로 뇌물죄로 형사처벌을 받아 2011년 9월29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항소심 과정에서 남씨는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직전인 2011년 6월3일 남씨는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공무원에 일반공무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산하 심의위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도 냈다.

2012년 12월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유추해석금지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은 법률의 개념이 불확정적이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경우, 해석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경우 내려진다.

남씨는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2014년 8월19일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 결정은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며 법원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이 확정되자 남씨는 9월4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했다. 남씨가 지적한 조항은 3심제 재판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탓에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는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법원의 일반 사건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남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도 헌법소원 심판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재판소원’이다.

형사재판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은 남씨가 사실상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남씨의 주장을 판단하기 위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배당해 현재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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