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 22일 제안에 원희룡·구성지 흔쾌히 ‘동의’…“준예산 가는 일 없도록” 한 목소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예산제도 혁신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T/F팀) 구성에 흔쾌히 동의했다.

한 차례 부결된 새해예산안 연내 처리와 관련해서는 “준예산까지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새해예산안 부결사태가 연말정국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메신저 역할을 하며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제주주민자치연대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경실련,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YMCA 등으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2일 오전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도의회 의장을 잇따라 만나 새해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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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진행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원희룡 지사의 간담회. ⓒ 제주의소리

이날 간담회에 시민사회에서는 김태성 제주YWCA 사무총장과 한영조 제주경실련 대표,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고현수 장애인인권포럼 대표가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도민에게 피해를 주는 준예산 편성 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제주도와 의회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싸움’으로 인해 예산안 부결사태가 발생했고,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예산전쟁은 주인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도민의 마음으로 해법을 진정성 있게 마련하라”로 주문했다.

이들은 먼저 만난 원희룡 지사에게 쓴 소리부터 건넸다.

이들은 주민참여예산과 관련해 “새해 원희룡 도정의 예산안이 새롭거나 혁신적인 예산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주민참여예산제는 화석화되어 가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예산편성 지침 마련, 예산편성의 우선순위 구성, 예산편성과정의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수준의 주민참여예산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예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가칭 ‘예산제도 혁신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T/F팀)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이런 자리를 진즉에 마련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여러분의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여러분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해예산안 처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되거나 신규 비목을 설치한 경우가 있는데, 사업의 실체, 형평성의 문제, 예산산출 내역 등에 대해 구두로라도 답변을 해주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 가급적 합의점을 찾아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가 제안한 예산제도 혁신T/F팀 구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뒤 “바로 저희 파트너를 정리하겠다. 또한 T/F팀 운영에 따른 자료는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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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진행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구성지 도의회 의장과의 간담회. ⓒ 제주의소리

구성지 의장 역시 예산제도 혁신T/F팀 구성에 대해서는 “제가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원조'임을 자처하며 흔쾌히 연대회의의 제안을 수락했다.

원 지사와의 간담을 끝낸 후 곧바로 도의회로 발길을 돌린 연대회의는 구성지 의장에게도 예산 심사 과정의 관행을 벗어나 예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계수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증액잔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비밀주의’에 입각한 계수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또 “물론 의회에서 ‘예산협치’를 먼저 제안했고, 일부 관행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있긴 하지만 단순한 심사 기술적 접근만으로 해법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며 “예산심의 독점권을 도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인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구성지 의장은 먼저 “저의 ‘예산협치’ 제안을 ‘재량사업비 부활’로 매도하지 않았나. 도민사회에 잘못 전달되면서 지금의 이 같은 사태가 되어버렸다”면서 섭섭함부터 토로했다.

구 의장은 먼저 집행부의 예산편성 과정부터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 의장은 “행정이 많이 투명해졌는데, 예산만큼은 여전히 음지다. 공무원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면서 “예산배분에 따른 의회와의 사전협의 없이 편성해놓고, 심의하라고 하면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심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며 예산안 부결사태의 원인제공이 잘못된 편성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 의장은 도민사회에 잘못 전달된 ‘예산 협치’부터 조곤조곤 설명을 이어갔다.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에 따른 사전협의, 제주형 예산편성 지침 마련, ‘손톱 및 가시’와 같은 민원을 반영하기 위한 예산편성 전 사전협의 등 ‘예산 협치’ 제안 취지 설명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재량사업비 논란과 관련해서도 “재량사업비라고 하면 사업목적이 불분명한 예산을 말하는데, 의원들은 사업목적이 분명한 사업을 증액한다”면서 “하지만 예산안을 보니까 오히려 도에서 재량사업비를 곳곳에 편성해놨더라”고 꼬집었다.

심의 과정에서의 증액 및 신규비목 설치에 대해서는 “408억원을 계수 조정했는데, 이 중 70%는 공무원들이 요구한 것들이다”며 “사업계획(소요예산 산출내역)을 말하는데, 사업계획은 공무원들이 만들지, 의원들이 만드나. 한 마디로 생떼를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 ‘발언제지’ 소동과 관련해서도 “지사께서는 의회가 심사한 내역을 분석해서 동의 여부를 말하면 되지, 그냥 준비한 원고만 읽어서 제가 제지를 했던 것”이라며 “도민들은 ‘어디 감히 의장이 도지사 발언을 중간에 끊느냐’고 비판하는데, 실제로는 도지사가 ‘정치 쇼’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예산안 연내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솔직히 지난 회기 폐회사는 내용이 어머어마 했다. 하지만 전날 TV토론에서 원 지사가 예산개혁T/F팀 구성에 동의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개회사 내용을 180도 바꾼 것”이라며 “준예산으로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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