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합의안과 조례 등 법과 절차도 무시

제주는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로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 조례가 제정돼 단계적으로 친환경급식 지원이 확대되어 왔다. 이어서 무상급식 조례 또한 전국 광역 시·도 중 최초로 주민발의에 의해 제정됐다. 이에 따라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특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고, 도내 어린이집을 비롯한 고등학교에도 친환경급식비 일부가 지원되고 있다.

제주는 친환경무상급식의 시범도로 불리며, 전국의 학부모와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난 민선5기 도정과 교육청, 9대 의회에서도 친환경무상급식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한마음 한뜻으로 예산지원과 범위를 확대해 왔다.

2012년 11월에는 도와 교육청, 도의회 삼자간 정책협의회에서 무상학교급식에 대한 재원을 부담함에 있어 도와 교육청이 각각 50:50으로 분담하는 것으로 합의한바 있다.

이에 따라 2013년도 총 소요예산 306억9200만원의 예산 중 제주도가 153억4600만원을, 도교육청도 같은 비율의 예산을 투여하고 무상급식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장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던 학교급식 종사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올 4월 교육감직고용 조례가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는 급식비 중 인건비에 해당하는 예산은 교육청에서 부담해야 하니, 인건비에 해당하는 예산은 더 이상 줄 수 없다며, 약속을 깨버리고 말았다.

2014년에 이미 반영되어 도의회 심의의결까지 거친 164억의 예산 중 30억6900만원을 추경에 삭감하고 도교육청에 전출하지 않았고, 결국 도교육청 세입으로 계상했던 급식비 전출예산은 결손처리 되고 말았다. 결국, 2014년 예산은 도교육청이 54.5%, 도는 45.6%를 분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2월5일 도조례에 의한 무상급식과 친환경급식 도청 예산 지원액을 심의하는 학교급식심의위원회(김선우 환경경제부지사가 위원장)회의에서도 161억원의 도 분담 급식비를 도가 교육청에 일괄 지원하는 것으로 의결한 바 있다.

어떻게 도의회 의결과 도 조례에 의한 심의위원회 회의 결과까지 하루아침에 행정 스스로가 부정해버리는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인건비 부담은 교육청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은 몰라도 2014년 올해까지는 50:50 급식비를 인건비 포함 일괄지원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인건비를 핑계로 아이들의 밥값을 눈 가리고 아웅 하듯이 잘라내는 것이 그토록 원 지사께서 강조하는 원칙인지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의 급식을 위해서는 식품비와 운영비, 인건비가 있어야 급식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생쌀을 씹어 먹도록 할 수는 없지 않나.

정책협의회에서 합의할 당시 학교급식보조원은 학교장 고용으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보니 학교급식보조원은 늘 고용에 대한 불안과 열악한 처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자 그것도 의원발의로 ‘제주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의 채용·관리 조례’를 제정했고 올 4월부터 본격 시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열악한 환경의 학교급식보조원의 고용과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인데, 이를 빌미로 급식비에서 인건비를 뺀다는 것은 너무나 경직된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또한, 급식비에 포함되는 인건비까지 제외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밥값 예산을 아껴서 과연 어느 곳에 투입할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도와 교육청은 2015년부터 급식비의 식품비와 운영비를 60:40으로 분담하는 것으로 실무협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또한 균형이 맞지 않다. 이럴 경우 2015년부터 매년 16억원의 예산을 교육청이 더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비율은 도는 46%, 교육청은 54%가 된다. 이 부분 또한 조정이 필요하다. 50:50의 비율에 맞게 가려면 교육청에서 인건비는 전액 부담하고 식품비와 운영비의 비율은 도가 66%, 교육청이 34% 분담해야 균형이 맞게 된다.

타 시·도에서도 아직 인건비를 포함해 자치단체가 50:50%를 유지 지원하는 곳이 많고 충남의 경우 진솔한 협상으로 지자체에서 식품비의 전액을 부담하고 교육청은 인건비·운영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협상이 완료돼 전체 인건비를 포함한 급식비 비중은 지자체가 58%, 교육청은 42%로 결정되는 등 4개 지자체는 협상이 이미 완료됐다.

도민 대다수가 알고 있듯 제주는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이뤄낸 역사와 전통이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도와 교육청이 예산지원을 놓고 보이지 않는 갈등을 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최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수 비중은 세종시가 91.9%, 전남 86.1%, 전북 81.9%에 이어 제주는 80.7%로 아쉽게도 타 시도에 이미 뒤처지고 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장 훌륭한 투자다. 원희룡 지사께서도 전국 광역시도지사 중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민선6기 도지사가 돼서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도의 예산규모로 볼 때 그리 많지도 않은 아이들의 밥값을 깎은 도지사라는 오명으로 오래도록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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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식 의원.
아직도 늦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께서는 도교육청과 전향적인 자세로 무상급식 예산 협의에 나서달라. 그래서 2015년 1차 추경예산에 2014년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며 아이들에게 진 빗 30억원 반드시 전출해 깔끔하게 갚아주고, 또한 50:50 분담비율 대비 부족분 16억원의 예산도 반드시 추가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고등학교 저소득층 아이들의 석식 급식비와 읍면지역 고등학생 등 친환경 무상급식이 더욱 확대되도록 원희룡 지사와 이석문 교육감께서 더욱 힘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당부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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