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인프라 확충]국내-국제선 역할 분담...운영 이원화, 관리비 증가는 부담 
 
오는 2018년이면 제주국제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공항을 새롭게 건설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 하지만 제주국제공항의 포화는 불과 3년 밖에 안남은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이진 형국이다. 제주도는 현재 공항인프라 확충을 위해 기존 공항 확장이나 제2공항 건설 등 2가지 안을 갖고 있다. 어느 방안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의소리>는 4박5일 동안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과 제2공항을 건설한 오사카지역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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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 이타미공항. 도시 한가운데 위치해 소음피해가 심각했던 곳이다. 간사이공항이 건설되면서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전환돼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운항이 제한돼 있다.
기존 제주국제공항을 그대로 사용하고,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은 어떨까?

현재 제주도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 제주공항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른 부지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원희룡 지사가 이미 직, 간접적으로 24시간 공항운영과 에어시티, 그리고 확장성 등의 예를 들며 '제2공항'안을 띄우기도 했다.

기존 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공항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이타미공항(오사카국제공항)과 간사이국제공항이다.

오사카부(광역시 개념으로 부 안에는 오사카시 등 32개 시가 있다)에는 원래 이타미공항 밖에 없었다. 1936년 개항한 이타미공항은 오사카지역 유일한 국제공항으로 전체 면적은 제주공항보다 조금 작은 317만㎡이지만 2개의 활주로(3000m×60m, 1828m×45m)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류장의 항공기 동시 수용능력은 50대이다. 

연간 1322만명(2012년 기준)을 수용하고 있고, 화물 수송량은 연간 11만8000톤을 처리하고, 항공기 연간 발착횟수는 12만8000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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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 이타미공항. 도심에 위치해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항과 도심 사이에 완충지대인 '스카이파크'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이타미공항은 급격한 항공수요 증가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도시 한가운데 위치해 주변지역에 심각한 소음피해를 주는 상습 민원지였다.

실제로 1980년대 이타미공항 확장 계획이 수립됐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타미공항 확장이 무산되자 새롭게 만들어진 게 간사이국제공항이다. 1994년 9월 개항한 간사이공항을 가려면 오사카 중심지에서 한시간 동안 차를 타야 한다. 

간사이공항은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한 후 건설된 공항이다. 공항면적은 510만3000㎡이며, 활주로는 2개(4000m×60m, 3500m×60m)로 항공기 55대를 동시에 계류할 수 있다.

육지로부터 3.75km 떨어져 있는 간사이공항은 소음 피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24시간 운영되며, 일본의 제2관문 공항으로 여겨지며, 지난해 연간 이용승객은 1800만명이며, 이 중 3분의 2 수준인 1200만명이 국제선 승객이다. 

이타미공항은 간사이공항이 건설되면서 20년째 단거리 국내선 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1일 26개 노선에 370회로 운항횟수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바로 소음 피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운항시간도 밤 9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로 제한되고 있다.

정부와 이타미시는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항 활주로 인근 부지 8만㎡를 매입해 '스카이 파크'를 조성했다. 소위 소음완층지역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항공사도 저가항공 운항은 허용되지 않고, 오직 일본항공과 전일본항공 2개 국적 항공사만 운항되고 있다. 국내선만 운항되면서 승객은 2300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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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
이타미공항은 간사이공항 개항으로 거주인구 감소와 상권 매출 급감 등 경제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실제로 간사이공항 개항 이전인 1993년 이타미시 공항주변지역 상권규모는 1조3764억엔이었는데 1995년에는 5739억엔으로 2.4배 감소했다. 

스카이파크에서 만난 야나기모토 유미코씨(40.이타미시)는 "원래 이타미공항은 소음피해가 아주 심했는데 지금은 항공기 운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스카이파크를 조성하면서 피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침체를 감안한 듯 유미코씨는 "현재 370회로 운항을 제한하고 있는데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늘려도 괜찮을 것 같다"며 "특히 국제선을 확대하면 해외로 나갈 때 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사이공항과 이타미공항은 2011년부터 '신간사이 국제공항주식회사'란 이름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는 1조1000억엔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다. 공항 건설과 경기 침체로 예상보다 부채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타미공항과 간사이공항은 배후에 일본 제2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를 비롯해 천년 고도 교토와 나라, 고베시, 와카야마까지 2000만명의 인구가 있는 곳이다.

이 두개의 공항 운영에서 보듯이 만약 제주에 기존 공항과 별도로 제2공항이 생긴다면 국제선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제2공항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선 연간 승객 수요는 최대 550만명으로 국제선만으론 제2공항 운영은 어렵다. 제주라는 작은 섬에 2개의 공항이 필요한 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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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오사카만에 인공섬으로 조성된 간사이공항. 육지와 3.75km 떨어져 있다.
또한 공항 이용 이원화로 수송력 분산은 물론 인원과 장비, 조직이 분산돼 관리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제주국제공항과 40km 내외의 제2공항에 남북방향 활주로가 놓인다면 여기서 뜨는 비행기와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항로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족한 토지에 500만㎡의 대규모 부지 확보도 문제다. 자칫 10개 이상 마을을 강제 수용하면서 제2공항을 만들게 된다면 극심한 사회적 갈등도 빚어질 수 있다.

제주에 제2공항 건설 역시 기존 공항 확장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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