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으로 얽힌 공모심사…"일부 심사위에 미술 행정 휘둘린 꼴"
제주시 "한점 의혹없다"…한국미협 "심사위원 도덕성.자질문제" 거론

제주시의 5억원대 상징조형물 공모 심사가 주무 행정기관의 방심이 한 몫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심사위원 선정과정에서 부터 제주시가 관련기관의 자문없이 한국미협에 일방적으로 추천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가 컸다는 지적에 따른 것.

전체 15명 심사위원 가운데 한국미협측에 6명의 심사위원을 배정하고 민족미술인협회측에 단 1명을 비롯해 건축, 디자인, 역사, 관광 등에서도 1명의 심사위원을 배정한 것도 형평성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사 당일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포함된 이상호 제주시 부시장의 결장도 이날 결과적으로 '표심이 쏠리는 현상'에 일정부분 기여한 셈이 됐다.

이에대해 제주시는 "심사과정에서는 의혹을 받거나 양심에 가책을 받을 만한 사항은 추호도 없었다"고 시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대해 한국미협측은 "제주시에서 심사위원을 내려보내 달라고 해서 내려보낸 것 뿐"이라며 "심사위원의 추천 문제가 아니라 심사위원의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 공모 심사위원 어떻게 추천됐나?...담당 공무원 3명이 전적으로 '결졍'

이번 15명의 심사위원의 배정은 전적으로 제주시 관계부서의 담당과장과 계장, 직원 등 단 3명으로 이뤄졌다. 문화예술부서가 아닌 총무부서에서 진행한 것도 관련된 전문성을 떨어뜨렸다.

시 관계자는 "사실 조형물 관련 업무는 처음해 본 일"이라며 "따라서 심사위원 추천의 문제를 타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내 단체인 한국미협 제주지부가 있는데도 관련 논의없이 바로 한국미협측에 의뢰한 것도 불씨를 자초한 결과가 됐다. 지금까지 제주지역에서 조형물 관련 시비는 대부분 한국미협측에 의뢰한 심사 및 추천위원에서 불거진 사례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미협측은 당초 6명의 심사위원 추천명단을 내려보냈다가 이틀 후 한명의 위원을 새로 바꾸는 등 추천위원 선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한국미협 이영길 사무처장은 "발주처에서 추천이 들어올 경우 심사위원 선정은 이사장과 9명의 부이사장으로 구성된 집행부(이사장단)에서 맡고 있다"며 "한 명의 위원이 교체된 것은 당사자가 현직교수로 바쁘다는 입장을 반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국미협에서 추천한 심사위원 상당수가 임원 등 주요직책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변에선'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 (사)한국미협 조각분과위원회 이사 박도춘씨의 당선작.

▲ "미협측 추천한 심사위원...인맥 서로 얽히고 설켜"

지난 14일 긴급결성한 상징물심사 담합의혹 해결을 위한 범미술인비상대책준비위원회에서 '담합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대위는 "당선작, 우수작, 가작의 당선자들이 모두 홍익대 출신이라는 점과 심사위원 중 홍익대 출신이 4명이라는 사실은 묘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며 "이는 한국미협이 내부적으로 특정인맥에 의해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길을 열어 줌으로써 불공정한 심사가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공모 당선자인 박도춘씨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로 이번 이번 제주시 상징조형물 심사위원인 김방희씨(제주대 교수)와 2003년 제2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비구상계열>에 심사위원으로 같이 참여할 당시 이번 우수작 공동수상자인 제주출신 고봉수씨가 대상으로 당선된 바 있다. 당선작 박씨는 홍익조각회 회원으로 이번 공모 심사위원장이 이 단체의 회장으로 밝혀졌다.

비대위는 "당선자 박씨는 2003년도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땅끝 조각공원'에 김방희(현 심사위원), 김경화(현 심사위원장), 김윤화(우수작 수상자, 심사위원장 친동생)와 함께 작품을 설치한 바 있다"고 의혹 배경을 설명했다.

또 현재 우수작 김윤화씨의 경우 이번 제주시 상징조형물 심사위원장의 동생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2명의 심사위원 및 당선자와 함께 땅끝조각공원 작품설치에 참여한 것으로 비상대책위 조사결과 밝혀졌다.

▲ 김경화 상징조형물심사위원장의 동생 김윤화씨의 우수작.

여기에 제주출신 위원으로 선정된 김방희 심사위원(제주대 교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시 4.3조형물.컨벤션조형물 공모때 '유착의혹' 제기...반대성명 잇따라
"사실 중앙미협 휘둘린게 어제 오늘이냐?....내부 자성 목소리 '제기'

김 교수는 2003년 '제주국제컨벤션 센터' 미술장식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김경화(현 심사위원장)와 함께 참여한 당시에도 당선작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내 미술단체가 반대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조형물 작품을 설치한 제주대 문기선 전 교수는 '표절'시비를 낳은 4.3조형물 설치와 컨벤션센터 조형물을 모두 독점해 '유착의혹'을 받아왔다.

서울미협 소속 김방희 교수 역시 현 심사위원 전종무씨(서울미협 조각분과위원)와 함께 한국미협 회원이다. 같은 단체 조각분과위원인 최덕교씨는 이번에 가작으로 선정됐다.

비대위측은 "2003년 갤러리 제주아트가 마련한 신년 초대전에 김경화(현 심사위원장), 박도춘(현 당선자), 백광익(현 심사위원), 김방희(현 심사위원)씨가 나란히 참여한 바 있다"며 "이러한 심사위 인맥 구성은 유착의혹을 더욱 자명하게 해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도내 모 미술인은 "미협에 휘둘린게 어제 오늘의 일이냐. 수년전 제기되고 문제가 발생한 사건이 또 재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술인들도 인맥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 '펄쩍' 뛴 (사)한국미협

"추천자체 문제제기, 납득못해...차라리 추천을 의뢰하지나 말지"
"추천이 문제 아니라 심사위원 '자질'과 '도덕성' 문제"...입장 선 그어

이와관련 한국미협측은 "조각이라는 장르가 한정적이다. 추천의뢰가 들어와서 추천을 해준 것 뿐"이라며 "이상권 교수가 참여를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전종무씨를 다시 심천위원으로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협 이영길 사무처장은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발주처에서 의뢰를 하지말지 이제와서 심사위원 추천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작품 선정에 문제가 있다면 위원 추천에 문제가 아니라 심사위원의 자질 문제가 아니냐"며 "위원 추천을 한 미협의 문제가 아니라 심사위원 개개인의 도덕성이 문제라고 본다"는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또 "서양화가이자 이사를 맡고 있는 백광익 선생은 조각은 아니지만 조형분야라고 해서 추천한 것"이라며 "조형은 조각을 포함한 모든 회화를 말한다. 조각으로 한정했다면 추천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의제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다. 공모와 심의를 거쳤다는 것은 심의위원회의 고유의 영역이라고 본다"며 "누가 됐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작품이 됐느냐가 중요한 "이라고 말했다.

▲ 서울미협 조각분과위원 최덕교씨의 가작.


'날벼락' 맞은 제주시

"의혹 주장, 너무 억울하다....양심 가책도, 한치의 의혹도 없다"

이러한 일련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주시의 '방심 행정'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미술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실제 비대위는 "한국미협측에 일방적으로 6명이나 되는 심사위원 추천을 의뢰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더욱이 조각분야도 아닌 서양화가 임원을 심사위원으로 선정받은 것은 심사위원간 인맥을 고려했을 때 더욱 의혹을 살만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제주시 좌재순 총무과장은 "이번 공모를 준비하면서 제주시에서는 한치의 의혹도 없다. 양심에 가책받을 만한 행위는 결코 없었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이어 "행정에서 공정성이 흩어지면 어떻게 되느냐. 미협에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 추천을 의뢰하고 신청했던 것이다"이라며 "행정절차상 하자가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심사위원의 담합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한 거리를 뒀다.

하지만 특정단체에 무려 6명이나 되는 심사위원을 요청하면서 행여 제기될 수 있는 우려를 사전 차단하지 못한 것도 미숙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일부 심사위원에 휘둘린 꼴?....재발 방지책 나와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행정과 미술계 안팎에서는 "제주시가 결국 일부 미협측 심사위원 몇명에게 휘둘린 꼴이 아니냐"며 "애는 쓸대로 쓰고 빰까지 맞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차후 재발방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미협측은 "이번 공모에 사실 미협 임원들이 상당수 작품을 출품했다"며 "차라리 문제가 될거라면 발주처에서 공모할때 한국미협 이사나 임원을 출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오히려 제주시에게 화살을 돌렸다.

도내 미술인들이 심사당시 '담합의혹' 제기로 인해 '딜레마'에 빠진 제주시가 어떻게 상황을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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