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jpg
[일본 재선충 현장]①1905년 규슈서 첫 발생...본격 방제후 40년간 막대한 예산 투입

소나무 재선충병에 제주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제주도는 완전방제를 목표로 2년째 수백억원의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조림에 눈을 돌리자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은 110년간 재선충병을 겪으며 수많은 소나무를 잃었다. [제주의소리]는 신년특집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현실과 해법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재선충 습격 110년, 소나무 무덤이 된 일본
2. ‘지킬 소나무는 반드시 살린다’ 일본의 선택
3. 2차 방제에 사활 ‘실패면 숲 정책 다시 짜야’

일본 사가현의 북서부에 위치한 가라쓰(唐津)시. 해안에 드넓게 펼쳐진 소나무 밭 입구에 들어서자 잎이 축 늘어져 말라 죽은 소나무가 연이어 눈에 들어왔다.

숲 안으로 좀 더 들어서자 기둥이 잘려나간 소나무 밑둥이 여렷 보였다. 소나무가 얼마나 제거됐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나무 옆에는 소나무 가지들이 무덤처럼 쌓여있었다.

멀쩡한 소나무에는 약품을 주입한 기록판과 나무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그 주위에는 바닥에 떨어진 소나무 가지 등을 줍고 손수레에 실어 나르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jpg
6.jpg

국가명승지이자 일본 3대 소나무 숲으로 불리는 사가현 가라스시의 ‘니지노마츠바라’의 모습이다. 니지는 ‘무지개’, 마쓰바라는 ‘소나무 숲’을 뜻한다. 우리말로 무지개소나무숲이다.

니지노마츠바라는 사가현 가라쓰시 해안에 위치한 국유림이다. 폭풍이나 바다 물결, 모래를 막기 위해 조성된 전형적인 방풍림이다. 제주 해안가에 심어진 소나무와 조성 목적은 같다.

폭 70m, 길이 5km, 206ha 면적에 100만 그루의 나무가 즐비해 있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풍경 50선에 꼽히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만은 피하가지 못했다.

니지노마츠바라를 포함한 규슈지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곳이다. 1905년 나가사키현에서 고사목 38본이 발생한 이후 110년째 재선충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당시 일본은 소나무 표피를 뚫는 천공성 해충으로 오인했다. 발생초기 일부 박피소각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 사이 재선충병은 북해도를 제외한 전국 45개 현으로 퍼져나갔다.

재선충은 길이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다. 한 쌍이 20일간 20만 마리로 늘어나는 등 소나무 조직에 서식하며 급속히 증식한다. 수분 등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4.jpg
5.jpg

감염경로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다.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에 산란하면 5~7월쯤 알이 성충으로 변해 몸 속에 잠복해 있던 재선충이 탈출해 다른 소나무를 감염시킨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하면 솔잎이 아래로 처지고 적갈색으로 변하며 서서히 말라죽는다. 한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현재까지 치료약제도 없다.

일본이 소나무 재선충을 확인한 것은 고사목 발생 70여년 후인 1972년이다. 그 이전에는 재선충과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관계가 규명되지 않아 제대로 된 방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사목의 원인 밝혀지자 일본정부는 1970년부터 재선충을 없애기 위한 방제전쟁에 돌입했다. 1977년에는 소나무재선충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1997년까지 20년간 시행했다.

재선충 완전방제를 위해 다양한 방제기술을 개발하고 2005년까지 매해 25억엔, 한화로 약 250억원씩 쏟아 부었다. 인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고사목 제거와 훈증작업도 진행했다.

2006년부터는 고사목이 만연한 지역의 예산 지원을 끊고 지방정부에서 직접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훌륭한 방제 성과를 올린 지방자치단체는 선정해 포상까지 하고 있다.

3.jpg
7.jpg

일본정부는 고사목 발생률이 비교적 낮거나 피해 초기 지역인 이른바 ‘선단지’ 방제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매해 9억엔(9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피해율 1% 이하인 지방정부 확대가 목표다.

일본 전체 산림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국토 997ha보다 2배가량 넓은 1700만ha에 이른다. 이중 10%인 170만ha가 소나무림이다. 강원도 전체면적인 168만ha보다 넓은 규모다. 

재선충은 일본정부의 방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1979년 감염목이 250만㎥까지 치솟았다. 1981년 가까스로 91만㎥까지 줄었지만 다시 100만㎥를 넘어서며 일본 환경당국을 괴롭혔다.

지속적인 방제와 고사목 제거로 2005년 이후 10년째 60만㎥대를 유지하고 있고 있다. 일본은 고사목 방제량을 나무 본수로 계산하는 제주와 달리 나무량(고사목 제거량)을 기준으로 한다.

일본 산림종합연구소 규슈지소의 다카하다 요시히로 연구원은 “고사목을 잘라서 태우고 헬리콥터 방제와 나무주사를 병행하고 있지만 재선충병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생각하는 재선충의 심각성은 지역별로 다르다. 소나무의 역할에 따라 방제 강도도 역시 달라진다”며 “예산을 무한정 투입할 수 없다. 그래서 모두 지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