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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사수정: 2015.1.8 18시35분] '한.중탁구교실' 만찬서 만취상태 사망...유족 "혼수상태 방치" vs 인솔책임자 "신속 조치" 

한.중 동호인 탁구 교류 행사에 참여했던 강모(50.제주시 이호동)씨가 최근 싸늘한 주검이 돼 제주로 돌아왔다.

강씨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과, 당시 행사를 주관한 동호회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양쪽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강씨는 지난달 12일 교육탁구동아리 회원 14명, 일반 탁구동아리 8명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제5회 한.중 국제 탁구 교류 대회 참가를 위해 중국 항주로 떠났다.

강씨를 포함한 교육탁구동아리 15명은 모두 교육계에서 종사하고 있다. 강씨는 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이다. 

사건은 중국 일정 마지막날인 14일 밤 벌어졌다.

평소 술을 좋아하던 강씨는 이날 마지막 만찬에 50여명과 함께 참여했다. 동호회와 유족에 따르면 당시 강씨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술을 마셨다.

그렇게 만찬이 끝나고 한.중 동호회 멤버들은 밤 8시40분쯤 강씨를 데리고 숙소로 복귀했지만, 침대에 누워있던 강씨는 점점 호흡이 약해졌다.

이후 강씨는 중국 부양시 인민병원으로 후송돼 집중 치료를 받았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강씨는 15일 오전 1시15분께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19일 오후 2시40분께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중국 동호회 측과 현지 병원 측 진술을 토대로 동호회의 안일한 대처가 강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만찬 당일 중국 현지의 호텔 직원 A씨가 동호회 회원들이 부축한 강씨의 상태를 보고 위험하다고 판단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동호회 회원들은 “술에 취했을 뿐”이라며 숙소로 출동하던 구급차를 돌려보냈다고 주장한다. 

이에 당시 인솔 책임을 맡은 박모씨는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아무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중국 동호인 측에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을 뿐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논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인솔 책임자 박씨에 따르면 당시 동호인들은 강씨 등 몇몇이 술에 취해 다음 일정인 발마사지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숙소에 놔두고, 술에 취하지 않은 14~15명만 발마사지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강씨가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그나마 술에 덜 취한 동료 B씨에게 강씨가 잘 쉬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달라고 부탁했고, B씨가 2차례 정도 강씨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8시40분께 시작된 발마사지는 밤 11시께 끝났다.

박씨는 “일정을 마치고 강씨 상태를 보니 누워있는 상태로 구토한 흔적이 역력하고, 호흡 또한 약해져 있어 곧바로 구급차를 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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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유족과 박씨 등이 작성한 합의서.
그러나 유족들은 발마사지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강씨를 돌보지 않았으며, 바로 구급차를 부르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족들은 “당시 강씨 방 열쇠를 가지고 있던 C씨는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비상키가 아니면 문을 열 수 없는데, 카운터에 비상키를 요청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발마사지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야 숨이 약한 강씨를 발견해 그제서야 응급조치를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묵었던 호텔과 발마사지 업소, 강씨가 입원했던 병원은 모두 가까운 거리였다.  

유족들은 이어 “당시 현장에 있던 동호인이 직접 ‘응급조치 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구토했다’고 말했다”며 “병원 측도 강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뇌사상태였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숙소로 돌아와 강씨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이미 구토 흔적이 있었다는 박씨와, 동료들이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구토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유족들은 주검이 된 강씨와 함께 제주로 돌아왔을 당시 박씨 태도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중국에서 박씨는 (강씨 사망 이후)'개인 일정 때문에 잠시 제주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이에 현지 한국영사관 등은 박씨가 제주로 가면 책임을 유가족이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며 “(급한 일정이 있다는)박씨를 (배려하기)위해 당시 영사관, 변호사 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합의서를 썼다”고 얘기했다.

합의서는 일단 급한대로 유가족이 먼저 상황을 수습한 뒤 제주에 돌아가서는 인솔자인 박씨가 적극 나선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유족들은 "그런데 제주로 돌아오니 박씨가 4일 넘게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후 연락이 돼 만난 박씨는 ‘합의서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말을 바꿨다”며 주장했다.

유족들은 “고인을 위해서라도 좋게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좋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경찰과 법원 등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족들은 [제주의소리]와 인터뷰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강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경찰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 때문에 숨진지 20일이 지나도록 장례도 못치르고 있다. 부검 결과는 이달중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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